마힌드라, 몇 년째 판매 지지부진…시장 점유율 5.2%로 떨어져
지난해 4분기 이익 급락…쌍용차 지원 여력 사라져
아프리카 등 신흥국 공략 주력… 쌍용차 설 자리 없어

쌍용자동차대주주인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가 지난 4월 인도 시장에서 차량을 한 대도 팔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마힌드라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올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힌드라의 인도 내수 의존도는 97.8%에 달한다. 마힌드라는 인도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4분기 이익이 대폭 줄었다. 올해 마힌드라의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마힌드라 직원들이 마힌드라 회사 로고 앞에 서서 투자설명회 준비를 하고있다.

인도자동차제조협회(SIAM)는 4월 인도 자동차 판매량이 ‘제로’라고 발표했다. 1위 마루티 스즈키를 비롯해 2위 현대·기아차, 3위 마힌드라, 4위 타타 등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를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도 전역에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자동차 판매점과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힌드라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장 점유율과 재무 여건이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마힌드라가 향후 더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시장조사회사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올 1분기(1~3월) 3만4000대의 승용차를 판매했다. 4위 타타(3만3000대)와 1000대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성적표다. 마힌드라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8%에서 올 1분기 5.2%로 2.6%포인트(p) 급락했다. 그나마 4위 타타의 점유율도 지난해 5.6%에서 올 1분기 5.0%로 0.6%p 하락해서 3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마루티 스즈키가 같은 기간 50.2%에서 53.4%로, 현대·기아차가 18.8%에서 22.5%로 점유율을 대폭 높이면서 3위 밖에 업체들의 점유율이 대폭 쪼그라든 결과다.

마힌드라는 지난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은 23만대로 2014년(23만1000대)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인도 승용차 시장은 257만1000대에서 296만2000대로 15.2% 성장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연 339만5000대까지 늘어났던 지난 2018년에도 마힌드라의 판매량은 25만대에 불과했다. 마힌드라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업체들은 모두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는데, 마힌드라만 제자리 걸음이었던 것이다.

마힌드라는 2019년 트럭·버스 등 상용차를 포함해 46만7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그 가운데 인도 내수 판매량이 45만7000대에 달한다. 내수 의존도는 97.8%. 인도에서 판매가 부진할 경우 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급기야 지난해 4분기 마힌드라의 순이익은 88.7%가 줄었다. 매출은 2018년 4분기 2618억5000만루피에서 2019년 같은 기간 2502억루피로 4.5%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2억8000만루피에서 236억5000만루피로 15.2% 줄었다. 순이익은 150억8000만루피에서 17억1000만루피로 추락했다.

결국 마힌드라가 지난 4월 3일 특별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마힌드라의 경쟁력 상실이 근본 원인인 셈이다. 마힌드라는 대신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지원만 하기로 했다.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큰 돈을 들여 쌍용차의 턴어라운드를 도모하기 보다 쌍용차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으로 적자 회사를 되살리자는 선택을 한 셈이다.

마힌드라의 신흥국 위주 해외 진출 전략에서 쌍용차가 마땅한 역할을 맡기 어렵다는 것도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마힌드라는 승용차 해외 수출 비중을 2025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공격적인 해외 공장 증설 행보를 펴왔다. 해외 공장을 증설해 자사 부품 수출을 늘리겠다는 것도 주요한 전략이었다. 마힌드라가 유력한 수출 지역으로 보는 데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그리고 동남아시아다. 쌍용차의 렉스턴G4와 티볼리 등의 모델이 인도에서도 고가 모델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신흥국 시장용 모델 생산을 쌍용차가 맡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쌍용차의 해외 수출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도 마힌드라의 입장에서 쌍용차가 쓸만한 카드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쌍용차의 해외 수출은 2014년 6만3000대에서 2019년 2만4000대로 3분의 1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수출 비중은 2014년 48.0%에서 지난해 18.0%로 감소했다. 그 동안 뚜렷한 주력 수출 모델도 없다.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4600대를 기록한 티볼리였다.

그렇다고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바로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지적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볼리’의 플랫폼 때문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독자 개발한 티볼리를 인도 시장에 맞게 짧게 줄인 XUV300이란 차량을 지난해 인도에서 4만1000대 판매했다. 렉스턴G4의 인도 현지 모델인 ‘알투라스G4’는 2000대가 팔렸다. 두 모델을 합치면 지난해 마힌드라의 인도 판매의 18.7%에 달한다. 쌍용차가 없었다면 마힌드라의 지난해 매출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마힌드라 입장에서 쌍용차은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평가다. 자국 내 판매가 급락한 상황에서, 쌍용차 회생이라는 모험에 걸 여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 쌍용차를 포기할 경우 티볼리라는 효자 플랫폼까지 잃을 수 있어, 버릴 수는 없다. 결국 일종의 ‘비상 급유’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산업은행과 쌍용차의 자구 노력에 의존하는 게 마힌드라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