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MB·박근혜에 붙은 정진석, 김종인에 붙어"
정진석 "洪, 미래에 안어울려…막말 사과부터"
"현실론 얘기했지 언제 김종인에 줄 섰나"

무소속 홍준표(왼쪽) 당선인과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이 29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당 체제 개편에 반대하는 홍준표 전 대표가 총선 직후 자신에게 전화해 "'김종인을 좀 띄워달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홍 전 대표가 생각없이 쏟아내는 막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금도조차 없다"며 이렇게 적었다. 정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총선직후 전화통화에서 저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김종인 만한 사람이 없다.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 정대표가 김종인을 좀 띄워달라'"라며 "그때는 김종인이 동화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사실을 몰랐나"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어 "터줏대감 운운하며 공당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에는 넌더리가 난다"며 "홍 전 대표는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의 글은 홍 전 대표가 이날 오전 대구 서문시장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은) 자민련에서 들어와서 MB와 박근혜에게 붙었다가 이제 김종인(전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붙는 걸 보니 안타깝다"고 한 말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그 자리에서 정 의원을 겨냥해 "이런 사람들이 들어와서 설치는 건 이 당에 미래가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의 정무수석으로 일한 직후 2012년 총선 때 고향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제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 출마를 요구했다. 당의 결정을 말없이 받아들였고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며 "홍 전 대표였다면 곧바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목청을 높였겠지만, 저는 이 이야기도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2016년 총선 직후 여당 최초의 '원외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 언론들은 저를 친박도 아니고 비박도 아니라는 의미의 '낀박'으로 불렀다"라며 "'김종인 비대위'로 가는 절차에 큰 하자가 있지만, 김종인만한 카드가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을 얘기한 제가 언제 김종인 박사에게 줄을 섰는가"라고 했다.

정 의원은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하라는 것이 4·15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다. 막말로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낼 수 없다"며 "홍 전 대표의 언행은 '미래'와도 '통합'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우리 당과 나라의 진로를 얘기하기 이전에, 자신이 지금까지 쏟아낸 막되먹은 언사에 대해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이번 4·15 총선에서 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며 당선자 총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최근에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연루를 언급하며 "뇌물 전과자" "정체불명의 부패 인사"라고도 했다. 이에 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전 당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쏟아낸 말들에 얼굴이 화끈 거린다"고 했다. 정 의원은 "현실적으로 김종인만한 카드가 없다"며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