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 1분기 영업이익 8000억원을 넘어섰다. 5000억원대로 예상됐던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1~3월) 연결기준 영업이익 8003억원, 매출 7조1988억원, 순이익 6490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증권가가 예상하던 영업이익 5091억원, 매출 6조8680억원을 상회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급격한 대외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제품 판매 증가와 수율 향상, 원가 절감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000660)1분기 실적은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지나던 지난해 4분기보다 크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지난해 4분기 2360억원, 6조9271억원에서 각각 239.1% 3.9% 늘었다. 순손실 1182억원에선 순이익으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41.4%, 순이익은 41.1% 줄었다. 이 기간 매출은 6.3% 늘었다.

◇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호실적… SSD 적자폭 크게 줄어

올해 들어 본격 상승한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 1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4% 줄고, 평균판매가격(ASP)은 3%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12%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7% 상승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계절적인 비수기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언택트 영향으로 서버용 D램과 SSD 수요가 크게 늘며 모바일 수요 감소를 상쇄했다"며 "가정용·학습용 수요로 PC용 메모리는 공급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특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SD 판매가 크게 늘며 원가 개선이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낸드플래시 판매가 늘며 큰폭의 단위당 원가 절감이 있었다"며 "지금 추세라면 올 4분기 낸드플래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본격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과 2019년 진행된 재고 조정으로, 현재 SK하이닉스는 정상수준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D램·낸드 재고는 정상 수준"이라며 "2분기말까지 D램 재고는 2주치 초반, 낸드플래시 재고는 4주치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 코로나로 불확실성 확대… 공정미세화로 대응

향후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비대면 수요가 늘며 중장기 PC·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높아진 불확실성에 SK하이닉스는 올해 총 메모리 수요 예측을 내놓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유의미한 생산 차질은 없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요 변동성이 높아지고 장비 반입 등 생산활동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공장 전경.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64GB(기가바이트)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과 10나노급 2세대(1Y) 모바일 D램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10나노급 3세대(1Z) 제품은 하반기 양산하고, 그래픽용 GDDR6와 HBM2E 판매도 늘릴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96단 비중 확대와 함께 2분기 중 128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또 1분기 40%에 도달한 SSD 판매 비중을 더욱 늘리고 데이터센터향 PCIe SSD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연말 1Y, 1Z나노 D램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리고 낸드는 96단·128단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신규 콘솔 게임기 출시로 GDDR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시설 투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인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며, 공정 미세화와 연말로 계획된 M16 클린룸 준비에 나선다. D램 일부 생산능력의 CIS 전환과 낸드플래시의 3D 전환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 다만 중국 우시·M16 조기 가동 계획은 없다. 차진석 SK하이닉스 CFO는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5G와 서버 중심 성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인프라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