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인재민주연구원 릴레이 정책협약식
'대통령 측근' 내세워 전략지역 勢 결집 시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일 오전 부산 강서구 최지은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북강서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최지은 후보와 정책 협약식을 갖기에 앞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일 부산‧경남을 방문해 4‧15 총선 전략공천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양 원장은 오는 6~7일 경기도의 전략공천 지역 8곳도 방문한다. 양 원장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일에는 서울 광진을에 출마하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판사출신 이수진 후보(동작을), 박성준 후보(중성동을)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당 외곽에서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원장이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후보를 공개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 원장은 이번 총선 공천의 막후 실세로 알려졌다. 그러나 취임 직후 지도부 공식 회의 등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양 원장 단독 행보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런 양 원장이 영입 인재 후보들을 직접 챙기겠다며 공개적으로 정책협약식을 연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양 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 '문심(文心)' 마케팅으로 전략공천 지역의 세(勢)를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 원장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하는 최지은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양 원장은 최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유능한 경제전문가, 유능한 일꾼이 필요하다"며 "가장 적합한 사람이 최 후보"라고 했다. 최 후보는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물이다.

양 원장은 두번째 일정으로 부산 금정에 출마하는 박무성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부산에서 승리해야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며 "박무성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부산 발전을 위해 한몸 던진 것"이라고 했다. 양 원장은 이날 오후 경남으로 이동해 경남 양산에 출마하는 이재영 후보, 창원 성산에 출마하는 이흥석 후보의 선거사무소도 방문했다.

양 원장이 전략공천 후보자의 선거사무소를 찾는 것은 지역 기반이 약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수도권과 부산 지역 20개 등 총 28개 지역구의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총선을 앞두고 '영입 인재'로 당에 들어왔지만, 지역구 선거를 치르기에는 조직력이나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나아가 민주당 중앙당은 이날 양 원장의 부산 방문 내용을 담은 민주연구원 명의의 보도자료 만들어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양 원장의 일정표가 담겼다. 중앙당이 선거 기간에 일정을 공개하는 건 당 대표 등 선거대책위원장이나 특별 유세단의 동선 정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은 공천에서 배제된 지역위원장을 달래는 동시에 정치 신인후보자와 결합하도록 힘을 쓰는 것"며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그가 '지역 공약을 책임지겠다'고 하면 세 결집도 되고 후보자의 위상도 저절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정책연구원의 수장인 양 원장이 직접 총선에 뛰어든 것이 당 내부 본인의 세를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연구원 원장이 이렇게 단독으로 선거에 나선 적이 없다"며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정책기구인데, 지방자치단체도 아니고 같은 당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대상으로 협약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다.

한편 양 원장이 방문하는 지역은 12곳으로 △부산 북·강서을(최지은) △부산 금정(박무성) △경남 양산갑(이재영) △경남 창원시성산(이흥석) △경기 의왕·과천(이소영) △안산시단원을(김남국) △용인정(이탄희) △평택을(김현정) △남양주병(김용민) △고양을(한준호) △고양정(이용우) △김포갑(김주영)이다. 전날에도 서울 광진을(고민정)과 동작을(이수진), 중‧성동을(박성준) 후보 캠프 등 3곳을 방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