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8일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 "(시장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외환보유액을 활용해서 스왑시장에 달러를 빌려주는 양적 공급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재부는 오는 19일부터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외은) 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각각 40%와 200%에서 50%와 25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와 원화를 맞바꾸는 스와프 거래를 하는 은행들에게 달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인을 주기 위해서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로 외화자금시장에 50억~100억달러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이 18일 은행선물환포지션 규제조치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는 컨틴전시 플랜 상 제일 첫단계로 쓸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고, 심리적인 효과 차원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로 스와프 시장 내에 수급불균형이 완전히, 일시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면서 남은 카드를 더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외화자금 시장에서의 달러 공급 상황, 외환 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필요시 정부와 한국은행이 직접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시행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58분 기준 1239.2원이다. 전거래일보다 0.5원 떨어진 1243.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0원 넘게 하락해 1232원대까지 내려갔지만 낙폭을 서서히 줄이면서 다시 1240원대를 넘보고 있다.

그는 은행 선물환포지션 확대를 첫번째 조치로 사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현재 외환스왑 시장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과 가장 크게 맞닿아 있기 때문에 선물환 포지션 완화를 하게됐다"면서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늘려) 스왑레이트가 떨어지면 외화자금시장 내에서 달러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자율 수익과 국채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외인측 채권투자 유인이 커진다. 유인이 커졌을 때 외은 등이 달러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도록 한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국제금융국장과의 질의응답

-이번 조치로 인한 자금 유입 효과는.

"사전조사 결과 예측하기로는 50억~100억달러 정도 투자자금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억달러면 전체 시장 규모에서 어느정도인가.

"전체 스왑시장 거래 매입량은 하루 120억달러 정도 된다. 다만 하루 거래량 규모는 대차기간이 일주일, 하루, 한달 정도로 각각 다르다. 하루 짜리가 100억달러 늘어난다면 매일 100억달러 늘어나는 것이고 일주일이라면 일주일마다 100억달러가 늘어나는 것이다."

-국내은행이나 외환시장의 선물환 포지션 거래 한도가 다 차있는 상태라서 차입을 못한다는 판단인가. 한도를 늘리는 것이 정부가 차입거래를 많이 하라는 사인을 보내는 조치인가.

"현재 한도가 일반은행은 40%, 외은지점은 200%인데, 은행은 포지션이 통상 10%를 넘고 외은 지점은 100%를 넘는다. 그런데 일반은행과 외은지점 중 포지션 한도에 근접하는 곳이 꽤 있다. 그런 은행을 중심으로 포지션 한도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일반은행 중 35% 정도에 육박한 은행이 있고 외은지점도 150%에 근접한 은행이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달러 유입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단기 달러를 조달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나서 시행하는 것인가.

"외환스왑시장은 외환 거래를 경상, 자본 거래로 나눌 때 자본거래에 필요한 외화와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다.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빌리거나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양방향이다. 외국에서 들어올 때는 원화를 빌리고 달러를 빌려주게 되고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금융시장에 투자를 할 때는 원화를 빌려주고 외화를 빌려서 투자를 한다. 지난주 후반부터 스왑시장 가격이 좀 악화되고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 이유는 최근 들어 외인 증권 자금 이탈 현상으로 인해서다."

-스왑시장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어느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는가. 추가조치는.

"이번 선물환 포지션 25% 상향조정만으로 스왑시장 내의 수급불균형이 완전히, 일시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컨틴전시 플랜상 첫단계 조치가 이것이고 현재 단계에서 실질적인 효과, 심리적인 효과 측면에서 맞는 조치라고 봐서 꺼낸 카드다. 앞으로 남은 카드도 꽤 많지만 당장 뭘 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2008년도 국내금융시장 내에 외화유동성이 많이 부족했던 시기를 돌이켜보면 스왑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내 외화유동성 늘리기 위한 조치가 여러개 있었다. 외환보유 활용해서 스왑시장이나 금융기관에 달러를 빌려줄 수도 있고 양적인 물량공급 외에 여러 대안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첫번째 시장 안정 조치로 사용하게 된 배경은.

"선물환 포지션 카드가 제일 첫번쨰로 쓰이게 된 건 스왑레이트가 떨어지면 외화자금시장 내에서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얻는, 반대로 달러를 빌리고 원화를 빌려줄 때 달러의 가격이 올라가고 원화의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러면 차익거래유입이 늘어난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밖에서 국내로 투자할 때 스왑시장에서 얻는 이자율 수익이 크고, 국채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외국인들의 채권투자 유인이 커진다. 따라서 외은 등이 달러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도록 한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기간물에 따라서 어느쪽에 물량을 공급하느냐는 현재 수요 증가 원인이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과 가장 크게 맞닿아 있고, 일단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파악해 선물환 포지션 완화를 하게됐다"

-25% 확대한 게 최대치인가. 과거에 외환보유액을 더 푼 사례도 있었는데 아직은 그 단계까지 가기 전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선물환 포지션 제도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 근거조항이 있는데 선물환 포지션의 베이스라인 자체가 현재 상향된 수준인 일반은행 50%, 외은지점 250%다. 기재부 장관 통첩으로 위아래로 50% 조정할 수 있다. 현재 상향수준이 외환거래규정상 기본 베이스라인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위아래 50%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필요하면 추가조치가 가능하다. 물량 공급 측면에서는 2008년도처럼 수은을 통한 무역금융 공급 등의 조치가 있는데, 최근 외화유동성 상황을 보면 LCR지표라든지 은행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리는 요건이라든지 제반여건은 크게 상관이 없고 다만 외환자금시장에서 수급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스왑시장만을 대상으로 외화 유동성을 풀 수 있지만 특정 타깃을 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금융권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보면서 하는게 맞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시장 개입인가.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아니다. 제도를 바꿔서 은행 등 민간 기관에서 시장 내 자금 공급이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