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음 세대에 남겨줄 수 있는 먹거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이한주(48)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는 "선배 세대가 산업화를 이룬 덕분에 한국이 수십 년간 성장해 왔지만, 이젠 완전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길목에 서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중심의 IT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는 시대에, 클라우드가 없으면 AI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에 클라우드 MSP(운영 관리 서비스) 소프트웨어 '옵스나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15년 10월 설립된 베스핀글로벌은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MSP (Management Service Provider·운영관리 서비스 제공자) 소프트웨어인 '옵스나우(OpsNow)'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하는 업체가 빌딩을 짓는 기업이라면, 우리는 고객 취향에 맞게 그 빌딩 인테리어를 바꿔주고, 관리해주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첫 창업 '대박' 이은 새로운 도전

베스핀글로벌은 창업 5년 만에 4개 나라로 진출했다. 직원은 900명이다. 고객사는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부터 중국과 중동 회사까지 900여곳이다. 작년 1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 대표는 "세계 기업용 IT 시장 규모는 4000조원 수준인데,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돈은 아직 200조 안팎이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기회를 제대로 잡으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 대학원에서 유전자 치료를 전공하던 1998년 학교를 그만두고, '호스트웨이'라는 웹호스팅 업체를 창업했다. 닷컴 열풍이 한창인 때였다. 인터넷이 모두의 관심사였고,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서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단은 정확했다. 이 대표는 "부모님 몰래 빈손으로 창업했지만 시기를 잘 탄 덕에 사업이 잘됐다"며 "투자 한번 받지 않고도 세계 곳곳에 데이터 센터 14곳을 지었고, 창업 15년 만인 2013년 미국 사모펀드에 5억달러(약 5975억원)를 받고 매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손에 쥔 돈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트웨이를 매각하고 귀국한 이 대표는 40대 초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스파크랩'이라는 벤처기업 액셀러레이터(육성 기관) 사업이었다. 그는 "벤처 육성도 보람이 큰일이고 지금도 병행하고 있지만, 본업인 IT 인프라 산업에 대한 갈망이 컸다"며 "클라우드의 사업 기회를 보고 귀국 2년 만에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나는 평생 일하다 죽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글로벌 대기업 목표"

그는 베스핀글로벌이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처럼 IT 인프라가 잘 깔린 나라가 드문 데다, 미국과 중국의 IT 패권 싸움에서 아무런 정치색 없이 글로벌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했는데 양쪽 클라우드를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우리가 유일하다"며 "개발도상국 기업은 미·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한국의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들에게 5년은 적극적 투자로 적자를 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1000억원 넘는 돈을 인프라 개발과 인재 육성에 쏟아부었다. 이 대표는 "(투자자와) 약속대로 내년부터는 흑자를 내겠다"고 했다. "언제쯤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농담이 아니다. 지금 당장에라도…"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가 한국을 먹여 살렸다면, 앞으로는 우리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주역이 될 것"이라며 "세계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을 서두르는 만큼 최대한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