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연일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금융권의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구직자들은 단순 일정 지연이 아니라 채용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기업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힐 경우 기업의 채용 여력이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통상 우리은행은 3월쯤 채용 공고를 내 6~7월쯤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2018년과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200여명 안팎을 채용했는데, 올해 상반기는 채용 규모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상반기 채용 인원이 확정됐어야 하지만, 코로나 사태 탓에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정규직 채용 계획은 없지만, 110여명 규모의 청년인턴 채용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 24일 서류 마감을 끝으로 이후 채용 전형 및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코로나 탓에 순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은 지난 8일 예정됐던 6급 신입행원 시험을 2주 뒤인 23일로 미뤄 치렀으나 이후 면접 등 일정을 못 정했다. 신한은행은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 상황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대구시 달서구 계명대학교에서 열린 제5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시험장 입구에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통상 한 번에 수백명을 뽑는 금융회사는 필기시험 전형에만 4000~5000여명이 몰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채용을 강행할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시험장 입장 전 열 체크와 손소독제 배부 정도일텐데, 시험까진 무사히 치른다 해도 그 이후 확진자가 나올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며 "언제까지 미뤄야 할 지 몰라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통상 여러 회사를 함께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 곳이라도 채용이 연기 또는 취소된다면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또 채용 일정이 지연 또는 취소되면 하반기에 지원이 몰려 경쟁률이 오를 수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불안한 이유로는 채용 연기(25.8%)와 채용 전형 중단(24.2%), 채용 규모 감소(21.7%) 등을 꼽았다.

금융권 역시 채용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이 함께 닥친 상황에서 이같은 극심한 경기 불황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예년만큼 채용 규모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