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가 세포주입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최모(38)씨는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스텐트 시술로 목숨은 건졌으나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현재는 심장이 50%의 기능 밖에 하지 못한다. 평생 심부전 약을 복용해야 할 뿐 아니라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 모른다. 최씨는 "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 현행 의료 체제에선 불가능하다고 들었다"면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달 12일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냈다. 앞서 이달 9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동일한 내용의 청원서를 냈고, 심평원은 최씨에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이관처리했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근경색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규제에 막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는 치료법을 시행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심근경색 스텐트 치료 후 심장 괴사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세계 최초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에 주입하면 심장이 재생된다는 연구를 입증했다. 500여명 환자로부터 효과가 뛰어나고 안정성이 있다고 확인돼 ‘제한적 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현재 영구적 신의료기술로 인가 신청을 한 상태다. 인가가 되어야 의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심근경색 환자 최모씨의 청원서.

문제는 응급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 삽입술을 거친 후 1개월 내 줄기세포를 주입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다음주까지 줄기세포 시술을 받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1주일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는 이달 말 열린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마술 같은 ‘매직셀’ 치료법은 12년에 걸쳐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 등 국제 저널에 16편의 논문이 게재될 정도로 검증을 받았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죽어가는 환자를 마냥 바라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연구팀이 15년이라는 기간을 몰두해 결실을 맺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직셀 치료법이 필요한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 행정적인 절차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질환은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암을 제외한 질병 중 국내 사망률이 가장 높다. 심근경색은 지난해 기준으로 환자수가 11만773명이고 10만명당 사망률은 62.4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