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용퇴(勇退)를 발표한 허명수(64) GS건설 부회장은 건설업계에서 대표적인 '위기 극복형 최고 경영자(CEO)'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부딪혔던 2008년 말 CEO를 맡아 기업 체질을 바꾸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 총력전'을 진두지휘하며 9500여 채에 달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6개월 만에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해외 플랜트 사업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나자 이듬해 연봉 전액을 반납하며 '무보수 책임 경영'에 나섰다. GS건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처음 가입한 것도 허 부회장이 닦은 토대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허명수(가운데) GS건설 부회장이 2009년 지하철 7호선 인천구간 건설 현장을 찾아 지시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 3남인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5남 중 4남이다. 경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LG전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창원 공장에서 근무할 때 회사 동료들과 숙소에서 함께 지내고 밥솥 바닥의 눌은밥을 나눠 먹으며 현장을 체험한 것이 인생의 자산이 됐다"고 했다.

허 부회장은 오너가(家) 3세이지만 입사 19년 만인 2000년에야 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 2년 뒤 GS건설로 옮겨 재경본부장, 사업총괄 사장을 거쳤다. GS 관계자는 "38년간 단 한 번의 특진 없이 바닥부터 한 계단씩 밟아 CEO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그룹 정기 인사를 1주일여 앞둔 지난달 말 주요 경영진에게 "4차 산업혁명 등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이끌 때"라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듭된 만류에도 '기술 독립 없으면 (선진국과 후발국 건설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다'는 지론을 거듭 언급하며 뿌리쳤다. GS건설에 몸담은 지 17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허 부회장은 앞으로 상임 고문으로 조언자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