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낚시를 하게 될 줄이야. 오늘은 지난 탐사에서 수중 드론으로 확인한 물고기 표본을 확보하러 나왔다. 미끼 뒤에 숨은 바늘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았을 남극의 물고기들. 연구가 목적이지만, 내심 월척을 낚는 그림부터 그려진다.

남극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빙어 낚시와 같다. 얼음에 구멍을 낸 후 낚시 바늘을 물속으로 내려 물고기를 기다린다. 물고기가 바늘을 건드리는 느낌이 온다 싶으면 잽싸게 낚아챈다.

극지연구소 MPA(Marine Protected Area)팀원들이 어종 표본 채집을 위해 얼음 낚시를 하고 있다.

자타공인 장보고과학기지의 강태공인 신진호 메디컬 닥터가 낚시도구를 준비했다. 정형외과 의사인 그는 낚시가 취미다. 그의 경험에 따라 미끼는 오징어로 정했다.

주머니칼로 냉동 오징어를 얇게 썰어 물속에서 나풀거리도록 낚시 바늘에 달았다. 얼음 구멍으로 봉돌을 넣자 줄이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봉돌이 바닥에 닿은 느낌이 든다. 줄을 조금 감아올려 바닥을 몇 번 두드리자 무언가 치기 시작했다. 입질이다. 잠시 속으로 낚시 바늘이 물고기 입에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툭툭’ 낚시 줄을 타고 바다 밑에서부터 묵직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팽팽해진 줄을 감았다. 꽤나 깊은 모양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물 밖으로 검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중 드론 영상에서 본 녀석이다. 영문 이름은 ‘샤프 스파인드 노토테니아(sharp-spined notothenia)’라고 한다. 어려운 이름보다 맛이 먼저 궁금해진다. 과연 남극 바다에서 잡은 생선회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남극 테라노바만 얕은 해역에서 잡은 물고기. 영문명으로 ‘샤프 스파인드 노토테니아(sharp-spined notothenia)’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먹으면 안 된다. 표본조사 후 남은 물고기를 먹었다는 경험담이 전해지지만 옛말이다. 더구나 이 지역 인근에서 물고기를 먹고 물범들이 싸놓은 배설물을 보면 답이 명확해진다.

배설물을 조금 걷어내자 추운 날씨에 얼어 죽은 기생충의 사체가 가득하다. 물고기에 있던 기생충과 알들이 물범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 물고기의 내장을 통해 먹이사슬을 분석하고 미세 플라스틱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어종 표본 채집을 마친 장보고과학기지 대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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