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에 모래알처럼 널린 '무료 데이터'를 잘 꿰어 돈을 버는 실리콘밸리의 창업가가 있다. 음악 데이터 서비스 업체 차트메트릭(chartmetric)을 세운 조성문(43·사진) 대표다. 매일같이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분석해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데이터는 점(點)으로만 존재하면 의미가 없지만 선(線)이 되는 순간 정보가 되고, 돈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차트메트릭은 전 세계 유명 가수 181만명과 관련된 실시간 데이터를 컴퓨터가 자동 수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을 택하면,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서비스 20여종에서 지난 3년간 집계된 팔로어(follower) 수와 음악차트 순위 등 다양한 수치가 하루 단위 그래프로 눈앞에 펼쳐진다. 갑자기 숫자가 껑충 뛴 날은 앨범 발표, 콘서트, 방송 출연 등 어떤 이유 때문인지 관련 정보가 맞물려 나타난다. 조 대표는 "이런 정보는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음반사·소속사 직원이나 열성팬이 매일 숫자 변화를 기록하는 단순 반복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축적하기 어렵다"며 "사람의 개입 없이 90% 이상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으로 좀 더 깊은 정보를 유추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수 블랙핑크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80%가 여성이며, 인종·나이별로는 아시아인(51%)과 18~24세(42.7%)가 가장 많다는 것이 차트메트릭의 분석이다. AI가 팬들의 프로필 사진을 분석해 성별과 피부색, 예상 나이를 추정한 것이다. 또 팬들이 남긴 사진, 댓글, 해시태그(hashtag) 등을 분석해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스타벅스, 애플, 월트디즈니라는 것까지 알아낸다.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 조 대표는 "가수 181만명의 3년치 데이터를 분석하면 무명에서 유명 가수로 바뀌는 시점의 패턴과 신호까지 알아낼 수 있다"며 "현재 지는 가수, 앞으로 뜰 가수가 누구인지 분석 가능하다"고 했다. 차트메트릭은 계정 하나당 월 140달러(약 16만원)인 유료 서비스다. 지난 2016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에 연 매출이 200만달러(약 23억원)를 넘어섰다. 유니버설뮤직·소니뮤직·워너뮤직·아마존·애플·구글 등 쟁쟁한 기업들이 모두 고객이다.

조 대표는 한국 모바일 게임 기업인 게임빌 창업 멤버로 개발실장을 지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오라클 제품매니저로 일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조 대표는 자신의 사업을 '청바지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려한 금광 대신 구질구질해 보였던 청바지가 영원히 남은 것처럼, 차트메트릭도 음악 업계의 청바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주력 시장인 미국을 넘어 중동·아프리카·인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