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보복에 따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이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나투어의 지난달 일본 여행 수요는 지난해 10월 대비 82.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일본 여행 수요 감소폭은 지난 8월(-76.9%)이나 9월(-75.4%)보다 확대됐다. 시간이 흐른다고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모두투어의 지난달 일본 상품 판매도 작년 10월 대비 91.9% 떨어졌다.

단순히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감소한 걸 넘어서 줄어든 일본 여행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흡수되지 않으면서 여행사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일본 이슈가 계속되면서 여행사의 실적 회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리포트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여행사들은 안식년 신청이나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세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빠진 여행 수요가 실종됐다

지난달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33.2% 감소했다. 일본행 여행자 급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모두투어의 경우 한때 일본 상품의 판매가 전체의 30%에 달했지만, 지난달 이 수치는 3.4%에 불과했다.

여행사들을 더욱 애태우는 건 일본에서 빠진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흡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 기준 중국(홍콩 포함) 여행객은 전년 동월 대비 30.6% 줄어들었다. 미주(-2.7%), 유럽(-10.9%), 남태평양(-15.9%) 지역 등의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동남아 지역 수요만이 지난해 10월 대비 1.2%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은 대체되지 않는다는 업계 이야기가 증명된 것"이라며 "비행시간이 짧고, 입에 맞는 음식과 쾌적한 환경 때문에 일본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은 분위기 때문에 여행을 포기했으면 포기했지,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가 활력을 잃으면서 지난해부터 여행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었는데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안식년 신청, 희망퇴직 접수하는 여행업계

여행사들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이나 중국의 사드 보복 때보다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투어는 지난달 만 1년 이상 재직자를 대상으로 최대 1년간 안식년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모두투어 역시 지난달 40세 이상 무직책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것"이라며 "중소 여행사들은 뼈를 깎는 감원을 하고 있고, 일부 소형 업체는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에선 움츠러든 해외여행 심리가 연말까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11월 해외여행 수요는 전년 대비 27.6%, 12월은 14.2%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DB금융투자는 4일 "향후 일본 여행 수요의 회복 여부가 하나투어 실적 및 주가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행사들은 위기 탈출책으로 기존 지역 중심의 여행상품에서 탈피해 테마 위주의 상품과 고급형 상품 등 상품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들도 이런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대책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빨리 일본 이슈가 해결되거나 일본 여행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다른 지역이 대체재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항공권 가격 등의 비용이 확 떨어져야 한다"며 "한·일 관계가 계속해서 교착 상태이고 일본으로 취항하던 항공사가 순식간에 다른 지역 취항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한동안 여행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