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서울숲 초입 군마상(群馬像) 앞에 지난 5일부터 LED 조명 장미꽃 4000여 개로 이뤄진 정원이 들어섰다. 해가 지면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는 쇼가 진행되고, 방문객들은 정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곳의 이름은 '푸르지오 장미빛 정원'. 대우건설이 지난 3월 말 리뉴얼한 자사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알리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푸르지오 장미빛 정원’에서 LED 조명이 켜진 장미꽃밭 위로 ‘푸르지오’ 로고가 나타나자 공원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말 새로 단장한 ‘푸르지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이 정원을 조성하고 사진 인화 서비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2003년 '푸르지오'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대우건설은 16년 만에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상품 설계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이런 변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벤트 행사로 열리는 조명 쇼 중간에 'PRUGIO'라는 글자 로고를 등장시켰다. 장미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입구에는 '다시. 모든 것을. 새롭게'라는 글귀가 보이는 포토 존을 설치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푸르지오'의 감성적 가치를 알리고,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브랜드가 고객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라"

최근 건설업계에선 아파트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거나 신설하며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10년 넘게 사용한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를 최근 시대 흐름에 맞게 쇄신할 필요성이 커졌고, 특히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수주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서울 강남권 등을 타깃으로 자사 아파트 브랜드 '더샵'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강남구 신사동 옛 제주드림타워 홍보관 부지에 더샵 브랜드를 홍보하는 주택 전시관을 조성해 이르면 올 연말 개관한다는 목표다. 더샵 주택 전시관이 만들어지는 건 2002년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이다. 삼성물산, GS건설 등은 '갤러리'라고 부르며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모델하우스로도 활용하는 공간을 서울 강남권에 확보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알려진 태영건설은 지난달부터 브랜드 강화를 위해 '데시앙, 디자인 회사가 되다'라는 메인 카피를 넣은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TV 광고에 화가 피카소가 1945년 황소를 주제로 만든 11개 석판화 연작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20세기 산업디자인 혁명가로 불리는 디터 람스(Dieter Rams)를 조명한 최신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디터 람스'를 데시앙 디자인랩 사이트에서 무료 공개하기도 했다. 태영건설은 주택 사업을 포함, 다양한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브랜드 강화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새 브랜드로 새 출발

새 브랜드로 새 출발을 다지는 건설사들도 있다. 지난 8월 한화건설은 통합 주택 브랜드로 '포레나'를 선보이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2001년 만들어진 기존 아파트 브랜드 '꿈에 그린'과 '오벨리스크'를 대체한 것이다. 주택 상품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GS건설 자회사인 자이S&D는 지난달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 수주를 염두에 두고 아파트 브랜드 '자이르네(Xi rene)'를 신설했다.

아파트 브랜드는 국내 주택 시장에서 집값 등을 결정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 기술과 상품성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주택 가치, 즉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해 실시한 '2018년 아파트 브랜드파워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동일한 입지에서 아파트 구입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 '브랜드'(37.4%)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규모 택지 공급이 줄어들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건설사들이 조합원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브랜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