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11일 국정감사에서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는 또 "사용자 부담 원칙에 맞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다음 달까지 개편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갑(가운데) 한국전력 사장이 11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료 인상 의사를 비쳤다.

한전은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식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전력 사용량이 적은(월 200㎾h 이하) 저소비층에 월 4000원씩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 산업용 경부하 요금(심야 시간대 할인 요금) 인상 등 세 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에경연이 작성한 중간보고서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 방향'에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정용·산업용 전기요금을 모두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까지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 안팎으로 정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전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한전의 에너지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전경영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요금이 상승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의 일부를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지난 8월 발간한 '전력경제 리뷰' 보고서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의무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한전이 부담하는 비용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재생에너지 부과금' 등을 별도로 (소비자에게) 부과해서 에너지 전환 이행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독일, 일본, 스페인 등처럼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가산(加算)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듭된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주장은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경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매년 수조원대 흑자를 내던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올 상반기에만 928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상반기 기준 부채는 122조8995억원이다.

김 사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에 대해서도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한전 사장으로서도 (재무 상황이) 어려운데 한전공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22년 3월 개교 목표인 한전공대는 개교 10년 후까지 총 1조6000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 7일 열린 국감에서는 한전이 올여름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3000여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되자, 산업부가 내년 상반기 중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이면 합의를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에너지정책 주무 기관인 한전마저 '이제는 탈원전을 멈춰야 한다'면서 몸부림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은 한전을 빚더미에 앉힌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국민에게 비용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