촨인지주 커촹반 상장 첫날 64% 급등...창업자 1조 2000억 자산가 부상
휴대폰 업체 해외영업 책임자 창업해 아프리카 올인...시장 점유율 48%
기술력 제고⋅지역 다변화 과제...5.4% 불과 순이익률 제고도 숙제

아프리카인 2명중 한명이 쓰는 휴대폰. 삼성 갤럭시도, 애플 아이폰도, 화웨이도 아니다. 중국인들도 잘 모른다는 휴대폰 업체 촨인(傳音⋅TRANSSION)지주의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촨인지주의 지난해 휴대폰 출하량은 1억 2000만대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은 48.71%로 1위다. '아프리카 스마트폰 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회사가 지난달 30일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상장 첫날 시총이 462.4억위안(약 7조 8600억원)으로 커촹반 3위에 올랐다. 지난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개장한 커촹반은 33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아프리카 스마트폰 왕’으로 불리는 중국의 촨인지주는 지난달 30일 커촹반에 상장했다. 첫날 주가가 64% 급등했다.

촨인지주는 첫날 주가가 64.44% 급등했다. 국경절 연휴(1~7일)후인 8일 급등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창업자 주자오장(竺兆江) 회장은 이미 70억위안(약 1조 2000억원) 자산가가 됐다"(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평을 듣는다.

촨인지주는 2013년 선전에 설립됐다. 중국 휴대폰 업체 보다오에서 해외 영업 책임자를 지낸 주자오장이 입사 10년만인 2006년 독립해 홍콩에 세운 휴대폰 업체 촨인커지가 전신이다.

주자오장(바이두)이 상하이판 나스닥 커촹반에서 잭팟을 터뜨린 배경에는 아프리카에서의 성공이 있다. 촨인지주의 전체 매출에서 아프리카 사업 비중은 지난해 77.3%에 달했다. 2016년 88.62%에 비하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아프리카 경제 잡지인 ‘아프리카 비즈니스’가 선정한 ‘2019년 아프리카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100강’에 이 회사의 휴대폰 브랜드 테크노(TECNO) 아이텔(itel) 인피닉스(Infinix) 3개가 각각 5위, 17위, 26위에 올랐다. 테크노의 경우 중국 브랜드중에서는 1위다. 기술 부문에서는 삼성전자(3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촨인지주 상장 일주일 전인 지난 달 23일 중국 최대 휴대폰 업체 화웨이의 ‘기습'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켤때 나오는 화면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2000만위안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촨인지주의 상장을 막지는 못했다.

촨인커지는 지난해 1억 2428만대의 휴대폰을 출하했다. 2016년에 비해 2년간 64.4%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26.46억위안(약 3조 8500억원)으로 94.6% 증가했다. 순이익은 5.58억위안(약 950억원)에서 2배가 넘는 12.24억위안(약 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아프리카에서 피처폰만 쓴다고 보면 안된다. 촨인커지 판매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71.99%에 달했다. 2016년만해도 62.19%였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다.

보다오 휴대폰을 팔기 위해 90여개 지역과 국가를 돌아다닌 주자오장은 아프리카에서 기회를 봤다. 짝퉁 휴대폰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던 중국보다는 아프리카를 공략하는 게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본 것이다.

촨인지주는 중국은 물론 에티오피아에도 공장을 세우고, 나이지리아와 케냐에 연구인력을 두는 등 현지화에 속도를 냈다.

중국 남부 선전에 본사를 둔 촨인지주는 아프리카에 올인해 현지 시장 점유율 4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검은 피부색 때문에 기존 휴대폰의 셀카가 현지인의 얼굴을 제대로 찍지 못하는 문제를 얼굴보다는 눈과 이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설계해 해결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입 통신사가 다른 사용자와 통화할 때 통화료가 높은 현실을 고려해 처음부터 이동통신 유심칩을 여러 개 넣어 쓸 수 있도록 카드 슬롯을 늘린 것도 현지화 사례다. 공항에서부터 빈민굴, 대도시에서부터 변경도시까지 곳곳에 광고판을 설치했다. 촨인지주의 모든 휴대폰 브랜드 사후서비스(AS)를 책임지는 칼케어(Carlcare)서비스센터를 둔 것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촨인지주의 앞날이 장미 빛만은 아니다. 기술력을 키워야하는 과제가 있다. 커촹반 상장사 가운데 매출은 2위이지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지난해 3.14%에 그쳤다.연평균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비로 쏟아붓는 화웨이에 뒤진다. 촨인지주는 이번 상장으로 공모한 자금 30억위안중 일부를 상하이 휴대폰 연구센터, 선전 휴대폰 및 가전 연구센터 설립에 쓰겠다고 밝혔다.

낮은 가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촨인지주가 판매하는 휴대폰의 평균 단가는 올 상반기 177.26위안(약 3만원)에 그쳤다. 2016년의 137.91위안(약 2만 3000원)에 비하면 28.5% 상승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률이 5.4%에 머물렀다. 화웨이의 작년 순이익률 8.2%에 못미친다.

지역 다변화도 과제다.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촨인지주는 다른 신흥시장으로 공략 지역을 넓히고 있다. 주 회장은 중국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신흥시장의 잠재력이 거대하다"고 말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도 공장을 두는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동과 중남미에도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성공을 재연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촨인지주는 지난해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6.72%로 4위에 머물렀다.

주가가 거품이 끼어있다는 우려도 있다. 촨인지주는 발행가격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42.78배를 기록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애플은 물론 홍콩에서 거래되는 샤오미를 웃돈다.

기술력 향상과 더불어 ‘아프리카 스마트폰왕의 신흥시장 스마트폰왕으로의 변신’ 성공 여부가 촨인지주의 고성장 지속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