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초래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서 가장 이익을 본 것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과 해외 투자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3일 "금융사들이 지난 2월부터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를 1건 발행하며 받아간 평균 수수료 4.93% 중 3.43%를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챙겼다"고 밝혔다. 나머지 1.5%를 국내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나눠 가졌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 셈이다.

◇수수료의 70%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가져가

이번 DLS 사태로 국내 은행들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이 상품의 시발점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먼저 국내 증권사에 DLS 상품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인 증권사가 은행에 이 상품을 소개하면 은행은 증권사와 협의해서 수익률·만기 등을 정한다. 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하면 증권사의 지시로 운용사가 해당 DLS가 담긴 펀드를 만들어 은행에 제공하는 구조다. 은행은 이 최종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가져간 수수료를 따져보면 상품을 원천적으로 설계한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3.43%를 가져가 총수수료의 70%를 받아 챙겼다. 국내 은행들이 1%, 증권사는 0.39%, 자산운용사는 0.11%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 금융사들은 4.93%의 수수료를 떼가면서 투자자들에겐 2%의 수익률만 제시했다.

이번 DLS 상품을 제안한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JP모건, 모건스탠리, 소시에테제네럴(SG)인 것으로 금융계에 알려져 있다. 이 중 SG는 시중에서 발행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의 절반 이상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파생 금융 상품 설계에 따른 위험 회피 거래(헤지)를 함으로써 1.5% 정도를 비용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외국계 투자은행들에 돌아간 순수 마진은 2% 정도가 된다. 그래도 국내 금융사들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수료율이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의 경우 우리은행에서 1255억원어치가 발행(8월 7일 현재)됐는데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외국계 투자은행이 43억원, 우리은행이 12억5500만원, 국내 증권사가 5억원, 국내 자산운용사가 1억4000만원 정도를 나눠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들 원금 손실은 해외 투자자들 이익으로

국내 DLS 투자자들은 해외 금리 상승에 베팅했다. 상품 만기 등 특정 시점에 해외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며 지난 3월부터 독일 국채금리 등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탓에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에서만 지난달 25일까지 200여억원이 날아갔다. 투자 원금 312억원 대비 원금 손실률만 마이너스 63%가 넘는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에서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손해와 이득을 모두 발라내려면 전 세계 거래 장부를 모두 뒤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생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DLS는 도박과 같아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금리 상승에 베팅했다면 반대로 해외 금리 하락에 베팅한 파생(옵션)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주로 홍콩이나 런던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활동한다. 작은 확률이지만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크게 떨어질 것에 돈을 걸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액을 그대로 수익으로 따간 것으로 추정된다. 200여억원의 국내 투자자들 손실 원금 중 금융사 수수료를 제외한 140여억원을 해외 파생 투자자들이 벌어간 셈이다. 돈을 번 해외 투자자들이 몇 명이고 누구인지는 금감원 말대로 확인할 수가 없다. 국내 증권사의 파생 금융 트레이더는 "국내 은행들이 도박과 같은 상품을 가져다 금융 상식이 없는 투자자들에게 판 게 1차적 잘못이다"라며 "DLS 난리통 뒤에선 외국계 투자은행들과 해외 투자자들이 웃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