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변의 마지막 재건축 단지인 ‘장미아파트’가 뒷심을 발휘하며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가 서울시 건축심의에 막혀 재건축 추진이 헛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전경.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장미 A, B 상가 재건축협의회는 21일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업설명회에선 사업 개요와 현황, 건축설계와 분양, 감정평가 등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잠실 일대는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주거환경이 재편되고 있다. ‘미성크로바’는 롯데건설, ‘진주’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두 단지 모두 현재 이주·철거를 완료했다. 잠실1·2·3·4단지는 2006~2008년에 각각 ‘잠실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로 재건축됐다. 일대 낡은 아파트는 주공5단지와 장미, ‘우성’, ‘아시아선수촌’ 정도만 남았다.

장미아파트 1·2차 4302가구는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와 함께 잠실 한강변의 마지막 재건축 아파트다. 한강변에 접한 데다, 서울 지하철2호선 잠실나루역과 지하철2·8호선 잠실역 등이 가깝고 인근에 롯데월드타워 등 교육·생활편의시설이 많아 입지조건이 매우 좋다고 평가받는다.

이 아파트 1·2차는 1979년에 입주해 재건축연한인 30년을 채웠지만, 아직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잠실주공5단지가 조합설립 이후 국제설계공모를 추진하며 건축심의를 기다리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가 더뎠다. 상가 조합원만 874명에 이르는 등 상가 규모가 매우 컸던 게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상가의 경우 재건축을 하는 동안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 재건축을 진행하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처럼 상가를 빼고 재건축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다만 장미의 경우 상가를 빼고 재건축을 진행하는 건 아니고, 독립정산제로 추진된다. 이는 상가와 아파트 간 재건축 협의가 어려울 경우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동의율이 80% 정도를 기록하고 있고, 연초만 해도 10%대였던 상가 동의율도 30% 안팎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동의율이 50%를 넘으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 진행이 막혀 있다.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건축심의를 승인해주겠다고 밝힌 서울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서울시 정비계획심의 단계에서 막혀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10월 도입하겠다고 밝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재건축 사업에 잠재적인 위험이다.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돼야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천동 A공인 관계자는 "장미아파트와 주공5단지의 경우 현재 상황에선 출발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 진행 단계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두 곳 모두 입지가 좋아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가 많다"며 "정비사업 규제가 워낙 촘촘한 만큼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