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하려던 A사는 최근 분양을 포기하고 땅을 매물로 내놨다. 불과 2년 사이 주변 상권이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기존 오피스텔에도 공실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A사 관계자는 "이대로 분양을 강행했다간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한동안 신규 사업은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주택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며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진 데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하며 주택 사업자들의 의욕마저 꺾여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3일 "9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가 61.7로 지난달에 비해 6.5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올 들어 최저치다. HBSI란 주택산업연구원이 국내 500여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체감 지수다.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전망이, 낮으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단 뜻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그나마 주택 경기가 좋던 지역의 HBSI가 급락했다. 서울은 85.1에서 62.9로 22포인트가량 급락했고 세종·대구·광주도 10포인트 이상씩 떨어졌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서울마저 60선으로 떨어져 향후 주택 사업 경기는 급격히 나빠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 사업자의 체감 경기가 나빠지면 건설 투자도 줄어든다. 이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국내 건설 투자는 전 분기 대비 1.4%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 줄었다. 공공(公共) 공사 비중이 높은 토목 건설 투자는 전 분기에 비해 6.9% 늘었지만, 민간 사업 위주인 주택 등 건물 투자는 0.6% 줄었다.

건설 투자는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6.6%가 건설 투자였으며, 건설 투자가 10억원 늘어나면 12.5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건설 현장 주변 상권도 활성화된다.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3% 늘린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경기 부양 효과를 반감시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는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동향을 점검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건설 투자 위축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