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 부럽다.'

한 국내 증권사가 지난 2일 낸 보고서 제목이다. 각종 악재에 흔들리고 있는 주식 시장과 반대로,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는 채권 시장이 부럽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를 쓴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연말까지 국내외 금리가 하향 또는 박스권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채권 투자자에게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2019년 연말이 보장돼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덕분에 하반기 채권 투자가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커진 증시 변동성에 갈 곳 잃은 투자금은 주식보다 안정성이 높은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에 채권 인기

채권 투자자들에게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호재다. 금리와 채권값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팔 때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세계 중앙은행들은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경기 경색 우려가 커지자 앞다퉈 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미 금리 인하는 '신호탄'이 됐다. 신흥국들은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막고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려 하는데, 미국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됐다. 최근 필리핀·인도 등이 금리 인하 의지를 내비쳤고, 올 들어 금리를 내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도 또 한 번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지난달에 이어 올해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신흥국 국채와 미국 채권 유망"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신흥국 국채가 유망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흥국 국채는 미국 등 선진국 국채에 비해 높은 금리를 주지만, 통화 가치가 급락해 환 손실을 보거나 해당국에서 자본이 급작스럽게 유출되며 부도가 날 리스크도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이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은 기준금리가 평균 6~7% 수준이라 선진국에 비해 향후 인하 여지가 크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올 들어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좋은 실적을 내왔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형 펀드 31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0.28%로 집계됐다. '삼성 누버거버먼 이머징국공채 플러스 증권자투자신탁UH[채권-재간접형]_Ae'가 연초 이후 수익률 18.36%로 가장 높았다.

신흥국 채권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다면,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 투자도 추천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미국 국채 값은 더 오를 수 있다. 또한 미국 경기가 비교적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량 회사채도 주목할 만하다. 북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16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9.94%였다.

◇채권형 펀드 설정액 20년만에 최대

국내 투자자의 채권 투자는 크게 늘고 있다.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꾸준히 증가, 7월 말 기준 121조4000억원으로 1999년 10월(130조8091억원) 이후 19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하자 국내 채권형 펀드로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진 지난 1일 하루에만 3350억원이 유입됐다. 국내 국채는 금리가 1% 초반대로 낮아 기대 수익이 낮은 편이지만 환 손실 위험이 없어 안정적이다. 한국은행이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려 채권 가격이 상승한 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로 인한 대외 여건 악화로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어 국내 채권 투자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