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이달 0.50%p 인하 전망 힘 빠져…0.25%p 인하할 듯
韓 국채금리·환율 ↑…한은 7월 동결 우세, 소수의견 2명 유력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 이상의 호조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7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한 풀 꺾이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말 0.50%포인트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빠지면서다. 연준이 연내 최대 3번(0.75%포인트) 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2번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변화가 있을 걸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최종호가 수익률은 각각 1.439%, 1.470%로 전거래일 대비 0.016%포인트, 0.18%포인트 상승했다. 국채 금리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두 차례 내려갈 것을 선반영해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었는데 이날 들어 소폭 상승하는 흐름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오후 2시5분 기준 9.4원 오른 1179.8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이는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당초 미 연준이 이달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급격하게 축소된 영향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급등하면서 2%대를 상회했다. 미 노동부는 같은 날 6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2만4000명(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월(7만2000명)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규모로, 시장 예상치 16만5000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급부상했던 한은의 7월 금리인하설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단가 하락 등 한국 경제의 하방요소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한은이 이달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했었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0.7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예상에 한은은 2번까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가 속도조절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자 우리나라의 금리인하 전망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7월 금리인하 기대도 좀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며 "연내 두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다소 줄어들면서 선반영된 부분이 되돌림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원은 "미 연준의 0.50%포인트 인하 전망이 다소 과도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은은 연준의 금리인하를 확인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로이터,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수의 외신이 고용지표 호조에도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경기하강에 대비한 보험성 금리인하라는 것이다.

오는 18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는 분명히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5월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 1명에 그쳤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이달에는 신인석 위원을 포함해 2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고용지표와 관련없이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기둔화가 상대적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주 역시 경기부양을 위해 이달까지 두 번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면 미 고용지표 호조는 한국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금통위와 같은 날 발표하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내려가면 7월 인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