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주류회사 리베이트 받으면 처벌
음식점∙술집 등 소매점주, 가뜩이나 어려운데 술값 인상 우려도

다음달부터 음식점들이 술을 사주는 댓가로 받던 주류 지원금(리베이트)이 금지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익이 감소한 식당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DB

◇ "다같이 비싸게 사라"…제2의 단통법 만든 정부

국세청은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개정안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주류 도매∙소매업자들이 주류회사의 지원금을 받는 경우에도 처벌하는 ‘쌍벌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지원금 제공은 금지됐다. 다만 지원금을 주는 주류회사만 처벌했고, 이를 받는 업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지원금 제공이 적발돼도 주류회사가 과태료를 물면 돼, 주류 유통에서 지원금은 일상화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주류회사의 지원금은 술과 현금으로 제공된다. 주류회사는 음식점∙술집 같은 소매점을 대상으로 자사 주류를 이용해 달라는 영업활동을 하면서 현금을 리베이트(판매장려금)로 풀기도 했다. 도매점도 판매 목표치를 넘길 경우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제공했다.

주류회사는 도매업자에게 술 10병을 팔면서 덤으로 2병씩을 공짜로 얹어주는 방식으로도 지원했다. 도매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술을 공짜로 받을수 있어 그만큼의 이익을 도매업자가 챙길수 있다. 또 도매업자는 시장 장악을 위해 소매점에 물건을 넘길때 10병당 1병을 공짜로 넘기는 식으로 도매점간 경쟁 시 주류회사로터 받은 공짜술을 활용했다. 소매점 입장에선 10병 가격에 11병을 살수 있어 유리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주류 도매 시장에서 대형 도매점과 중소형 도매점 간 공정 경쟁을 위해 이같은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동일 지위의 거래처인 소매점에는 도매점들이 동일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도매업자가 주류회사로부터 대규모 지원금을 받아 소매점에 다른 소규모 도매업자 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가 주류회사 지원금을 금지시키면 도매업자와 소매점 모두 기존보다 비싸게 술을 사야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주류회사만 이익인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술을 싸게 팔도록 유도한 주류회사 지원금 경쟁을 금지시키면 주류 도매∙소매점, 소비자 모두가 기존보다 술을 비싸게 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정부 개입으로 모든 사람이 술을 비싸게 구매하는 제2의 단통법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구매하는 스마트폰 유통 구조를 바꾸기 위해 차별없이 모두가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만든 법률이다.

◇ 가뜩이나 어려운데 술값 인상 어쩌나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본격적인 술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도매점이 음식점∙술집 등 소매점에 넘기는 병당 가격이 높아질수 있어서다. 소매점 역시 도매가 인상과 주류회사로부터 지원금을 못 받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술값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음식점∙술집 등 소매점주들은 최근 점포 임대료 상승과 최저 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큰데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직장인 회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술값까지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금이 줄어든 만큼 주류회사가 오히려 술값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원금을 쓰지 않는 만큼 주류회사도 가격 인하 압박을 도매업체와 소매점들로부터 받을 것"이라며 "제품 가격에 지원금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정석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전국에 1100여개 중소 주류 도매상을 살릴수 있게 됐다"며 "권고와 계도를 통해 주류회사가 가격을 낮추도록 할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류회사가 한번 올린 술값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주류회사 지원금 규모 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주류회사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지만 영업상 민감한 내용이라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단통법 시행 후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지원금을 아꼈지만 소비자에게 환원되기는 커녕, 휴대폰은 갈수록 비싸져 100만원을 넘겼고, 통신 요금도 보통이 5만원을 넘는다"면서 "정부가 개입했으면 주류회사가 지원금을 아낀 만큼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할 장치도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