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는 200만명의 운전자를 보유한 미국 우버다. 2위는 140만명의 미국 리프트(lyft)다. 3위는 어딜까. 인도의 '올라'라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공유 차량은 2019년 6월 현재 130만대다.

10여년 전만 해도 '흙길에 우(牛)마차'를 떠올렸던 인도가 '전기차 공유'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택시 면허를 등록제로 바꾼 정부 규제 철폐 효과다. 차량을 살 돈이 없는 일반인이 차량 공유 업체에서 차량을 빌려 택시를 몰면 된다. 인도 정부가 지난해 상업용 면허가 없어도 택시를 운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 업체는 투자자에게서 돈을 끌어와, 임차해 줄 차량을 구매한다. 이른바 '택시 기반의 차량 공유'다.

가장 빠른 전기車, 알고보니 인도회사 - 지난 3월 마힌드라의 자회사 피닌파리나가 공개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바티스타의 모습. 최대 시속 400㎞가 넘고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택시를 건너뛰고 차량 공유로 직행하는 이런 형태의 인도식(式)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가 주요 첨단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인도는 내친김에 올라를 포함한 자국 내 200만대 공유 차량을 모두 가솔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가솔린차를 건너뛰고 전기차 시대로 다른 나라보다 빨리 진입하려는 것이다. 이런 전기차 강국 전략의 배경엔 마힌드라가 있다. 국내 쌍용자동차의 모(母)회사이기도 한 마힌드라는 올 3월 최대 시속 400㎞로 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를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다. 마힌드라는 자동차, 농기계, IT(정보기술), 방위·항공우주산업, 금융 등에 걸쳐 세계 100국에 150개 이상의 기업을 운영 중인 기업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7억달러(24조4000억원)였다.

마힌드라 전기차의 마헤시 바부 대표는 "전기차는 안정적 충전 인프라를 갖추고 도심을 주행할 때 빛을 발하는데, 일정한 집결지가 있고 주로 도시 내 이동에 쓰는 공유 차량이 안성맞춤"이라며 "전기차 공유는 인도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퀀텀 점프 전략… 택시·가솔린차 건너뛰고 차량 공유와 전기차로 직행

지난 3월 11일 인도 벵갈루루 남부의 IT(정보기술) 신도시 일렉트로닉 시티에 위치한 마힌드라 전기차 공장. 1만7000㎡(약 5140평) 규모의 공장에서 600여명의 직원이 전기차 'e2o'를 조립하고 있었다. e2o는 한 번 충전하면 최대 140㎞를 주행한다. 가격은 900만원대로, 저가 전기차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벵갈루루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전기차 대수는 연간 3만대 규모다. 마힌드라는 여기서 1시간 떨어진 벵갈루루 북쪽에 40억루피(약 680억원)를 들여 전기차 전용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가솔린차에선 유럽·미국·일본·한국에 뒤처졌지만 전기차에선 대역전을 노리는 것이다.

공유차 200만대 모두 전기차로… 1억명이 사는 스마트시티 100곳 신규 건설 - 위 사진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마힌드라 차칸 자동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마힌드라는 연산 30만대 규모인 이 공장에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아래 사진은 인도 남부 공업도시 첸나이에 있는 마힌드라 월드시티 전경. 630만㎡ 규모의 이 신도시는 인도 최초의 ‘음식 쓰레기 제로’ 친환경 도시이자 입주 기업에 전기·통신 인프라뿐 아니라 세제 혜택까지 제공하는 스마트시티다.

인터넷 분야도 대표적인 인도식 퀀텀 점프 사례다. 2014년 인도의 인터넷 접속 인구는 2억5000만명에 불과했다. 인구(14억명)의 18%였다. 넓은 국토에 유선(有線)통신망을 제대로 깔기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2016년 인도 릴라이언스그룹의 자회사 지오는 아예 2세대와 3세대 이동통신을 건너뛰고 곧바로 4세대 이동통신(LTE)망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통신요금은 월 2000원만 받고 통화 무제한과 매일 1.5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제공했다. 인도는 지난해 말 무선 인터넷 이용자 수 5억8300만명으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강국으로 거듭났다.

스마트시티 100곳 만들어 첨단 기술 국가로 변신 노려

벵갈루루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다음 날,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걸리는 '마힌드라 월드시티'를 방문했다. 황무지를 한참 달리다, 갑자기 녹음(綠陰)이 가득한 시가지가 나타났다. 인도 최초의 스마트 도시이자 '음식 쓰레기 제로' 도시다. 매일 기업 60여 곳과 주택 8000여 가구에서 나오는 8t의 음식 쓰레기를 미생물로 처리해 여기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다. 우거진 녹음 사이엔 BMW, 르노 닛산, 인포시스 등 글로벌 기업의 사무실과 마힌드라의 기업연구소 '리서치 밸리'가 보였다. 마힌드라 관계자는 "전기·통신 등 모든 인프라가 완벽히 깔려 있어 기업은 몸만 들어오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델리나 뭄바이 같은 대도시마저도 상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게 현실이다. 도시 곳곳에 빈민촌이 즐비한데도, 토지 수용이 되지 않아 재개발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마힌드라가 만든 스마트 신도시를 본 인도 정부는 2014년 스마트시티 100곳 조성 계획을 내놨다. 인도의 핵심 거점을 세계 최고 첨단 도시로 아예 새롭게 '제로'부터 설계하는 것이다. 방식은 정부와 민간 기업 간 협력이다. 민간기업이 주(州) 정부와 손잡고 기업을 유치하고 주거·문화·상업시설을 건설한다. 아시아 최대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도 뭄바이 인근에 거대 스마트도시 조성에 착수한 상태다. 인도 정부는 "정부와 기업의 스마트시티 투자액은 2조루피(약 34조원)"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1억명 정도가 (스마트시티에) 거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의 퀀텀 점프는 정부와 민간의 '2인 3각'이다. 국가가 앞장서 산업화의 방향을 제시했던 일본·한국과 달리 인도는 기업이 나서서 미래 어젠다를 제시하고 국가가 세제 지원·규제 철폐 등 당근을 제시해 이를 확산하는 것이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세계 톱 수준의 테크 인력이나 정부의 규제 철폐·완화 의지, 민간 기업의 혁신을 향한 열정은 거대한 인도를 뛰게 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