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가 올해부터 가구 대여(렌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최근 이케아는 2020년까지 한국을 포함한 30여개국에서 가구 정기대여 서비스를 신청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침대, 책상, 소파 등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인은 거주지를 자주 옮기고 집을 꾸미고 싶어하지만, 매번 새로운 가구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가구 렌탈 사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렌탈 사업으로 가구를 자구 교체해야 하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가구 재활용 사업을 확대해 지속가능경영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 제공

이케아 뿐만이 아니다. 실적 부진에 빠진 국내 가구업계도 가구 렌탈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가구업계는 올해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건설 경기 위축으로 전반적인 인테리어 수요와 가구 판매가 감소하면서 한샘·현대리바트·까사미아 등 주요 가구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의 자회사 현대리바트의 1분기 매출은 31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9억원으로 7.5% 줄었다. 신세계(004170)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까사미아도 1분기 11억원의 적자를 냈고, 매출은 2.3% 줄어든 27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한샘은 그나마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6% 증가했으나, 매출은 4425억원으로 9.3% 감소했다.

가구업계는 위기 돌파를 위해 가구 렌탈과 프리미엄(고가) 가구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사가 잦아 가구와 소품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1~2인 가구와 집 꾸미기에 돈을 아끼지 않는 30대 이상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샘(009240)은 지난 3월 사업목적에 ‘렌탈 임대업’을 추가했다.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 중심이었던 렌탈 사업이 최근 침대 매트리스까지 확장되자 한샘도 렌탈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화물 운송’과 ‘청소·수리 유지관리’도 사업목적에 함께 추가했는데, 가구 배송부터 청소까지 통합 대여·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테리어 시공사업인 ‘리하우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리바트 제공

현대리바트(079430)도 지난 1월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침대 매트리스 렌탈 사업에 진출했다. 향후 매트리스에 이어 소파, 부엌가구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종합 건자재기업 현대L&C의 프리미엄 창호 등 고가의 홈 인테리어 제품의 렌탈 상품화도 중장기적으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불황에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공유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렌탈 시장도 성장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시장 규모는 2006년 3조원에서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0년이면 4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매트리스 대여 시장은 지난해 기준 3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사미아 제공

이처럼 가구 시장이 저가와 고가로 양극화되면서 가구업계가 프리미엄 가구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까사미아는 프리미엄 가구 ‘라메종’을 올해 초 출시하면서 고가 가구를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스페인과 일본 유명 가구 디자이너와 협력해 제작한 프리미엄 가구도 출시한다.

현대리바트는 이탈리아 고급 세라믹타일 제조사 플로림과 독점 수입 계약을 맺고 지난 3월부터 부엌가구 브랜드 ‘리바트 키친’의 프리미엄 제품에 세라믹타일을 적용하는 등 고급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맞춤형 홈스타일링 서비스도 도입했다. 시공 없이 소품으로만 집안 분위기를 바꿔주는 전문가 상담서비스다.

이영식 현대리바트 영업전략사업부장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인테리어 고급화 바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