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인구 1000만 시대, 4조원 두피 케어 시장 잡아라
기능성 샴푸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두피 관리 제품 인기

축구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내세운 TS프리미엄 샴푸.

취업준비생 강승현(28세) 씨는 최근 미용실을 찾았다가 충격을 받았다. "머리숱이 줄었으니 관리를 하더라고요. 집안에 탈모인이 없어 안심했는데,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많이 빠졌나 봐요." 그는 바로 샴푸를 바꿨다. 이전에는 가격만 보고 샴푸를 샀지만, 인터넷 탈모 카페를 참고해 탈모에 좋다는 샴푸를 주문했다. 강 씨는 "1만원이 넘는 샴푸를 사는 게 부담됐지만, 초기에 잡지 않으면 나중에 큰돈이 든다고 해 샴푸를 바꿨다"라고 했다.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이 늘면서 두피 관리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2017년 1000만을 넘어섰다. 관련 시장은 4조원 규모로, 이중 탈모 관리 샴푸 시장은 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두피 관련 샴푸의 매출이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샴푸, 린스 등 탈모 관리 제품의 매출이 27% 신장했다. 샴푸 판매 순위에서는 탈모 방지 샴푸가 5위권 내에 두 개가 올랐다. 작년에는 순위권 밖이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도 올해 1분기 헤어 토닉(두피에 뿌리는 제품), 샴푸, 흑채가 각각 36%, 14%, 17%의 신장률을 보였다. 전기 자극으로 두피를 마사지하는 탈모 관리 기기의 매출도 224% 신장했다.

려 탈모증상케어 샴푸, 클로란 퀴닌 샴푸, 마몽드 팡팡 헤어 섀도(왼쪽부터).

두피 관리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30~40대 소비자들이다. 11번가의 올해 1분기 탈모·두피 관리 제품 거래액을 살펴보면 30대 남성(22%)이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남성(19%), 30대 여성(17%), 40대 여성(16%)이 차지했다. 20대 남성의 거래 비중은 4%에 불과했지만, 작년보다 성장세가 64% 늘었다.

업계는 김 씨처럼 탈모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혹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지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미세먼지,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탈모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미용을 위해 풍성한 모발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화장품 업계는 탈모 관리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두피과학연구소를 통해 한방 샴푸 려의 탈모 증상 케어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인삼에서 찾은 탈모 케어 기술인 진센엑스™로 모근을 강화하고, 힘없이 처지는 모발을 세우는 뿌리볼류머™ 기술을 적용해 탈모 고민을 해결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모발 전문 브랜드 아모스프로페셔널도 녹차 성분으로 모근을 강화한 녹차실감 샴푸를 리뉴얼해 선보였다.

방송인 김희철과 걸그룹 멤버 나은으로 모델로 젊은층을 공략한 닥터그루트.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해 탈모 전문 브랜드 닥터그루트를 선보였다. 사람마다 외모와 성격이 다르듯 모발과 두피도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제품을 세분화했다. 또 방송인 김희철과 에이핑크 멤버 나은을 모델로 기용해 젊은 층을 겨냥했다. 애경산업(018250)은 피부과에서 만드는 더마 화장품 성분을 담은 더마앤모어로 두피 관리 시장을 공략한다.

전문업체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TS트릴리온의 TS샴푸는 홈쇼핑 유통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축구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한 후 수요가 급증했다. 리서치 업체 칸타월드는 TS샴푸가 탈모 방지용 샴푸 분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51%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알페신 카페인 샴푸, 클로란 퀴닌 샴푸, 아로마티카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 등이 인기다.

눈썹을 그리듯, 모발이 빈 곳을 채우는 헤어 메이크업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올리브영에서 올해 1분기 새치 커버 파우더와 헤어 마스카라, 섀도 등 헤어 색조 제품군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신장했다.

화장품 업체 한 관계자는 "얼굴을 관리하듯 두피와 모발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관련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증상과 요구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