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불교식 장례 예식에 따라 스님의 목탁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유족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고인을 애도했다.

빈소에는 오전 일찍부터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연이어 도착했다. 빈소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한진그룹 임원진이 침통한 표정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

조 회장의 자녀 중에는 장남이자 상주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오전 10시 37분쯤 가장 먼저 빈소에 도착했다. 조 사장은 입을 굳게 다문채 빠른 걸음으로 빈소에 들어갔다. 이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고개를 숙인 채 빈소로 향했다. 조 회장의 작은 아버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12일 오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 조양호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조문이 시작된 정오쯤부턴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조문을 마치고 "조 회장께 개인적으로 도움받은 것도 있고, 가끔 뵈었는데 너무 빨리 가셔서 아쉽다"고 했다. 오후 1시쯤 빈소를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존경하는 어른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한창수 사장도 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한 사장은 "항공업계의 훌륭하신 분이 가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오른쪽)이 조문을 마치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45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항공·물류 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조 회장의 시신은 이날 오전 4시42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조 회장의 운구는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동행했다. 조 사장은 "마음이 참 무겁다"며 "임종만 지키고 왔는데 앞으로 가족들과 협의해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마지막 말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한진그룹은 신촌세브란스뿐 아니라 서울 서소문 사옥과 등촌동 사옥, 지방 지점 등 국내 13곳과 미주, 일본, 구주, 중국, 동남아, CIS 등 6개 지역본부에도 분향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장례는 한진그룹 회사장으로 5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16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