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공동 결제·송금 시스템을 이용해 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인다. 지금은 은행마다 별도의 결제·송금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합쳐져 은행들과 핀테크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일일이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앱 하나로 모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도 비싼 수수료를 물어가며 은행 결제·송금망을 활용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선뵐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핀테크 등 금융사 간 장벽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금융 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올 하반기에 시중은행이 오픈 뱅킹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픈 뱅킹은 쉽게 말해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표준화된 결제·송금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표준 프로그램만 쓰면 은행 결제·송금망에 접속할 수 있다. 현재는 은행의 결제·송금망이 외부에 닫혀 있어 별도 제휴를 맺어야 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토스나 카카오페이는 기존 은행들과 별도로 제휴를 맺고 은행 결제·송금망을 사용한다. 자금 결제를 하고 송금 서비스를 하는 데 1건당 평균 400~5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낸다. 토스가 시중은행 결제·송금망을 쓰려고 각 은행과 제휴를 맺는 데 무려 2~3년이 걸렸다. 하지만 오픈 뱅킹이 도입되면 별도로 은행과 제휴 맺을 필요가 없다.

은행들은 또 수수료도 결제·송금 1건당 40~50원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소규모 핀테크 기업에는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매기기로 했다. 핀테크 기업 '페이민트'의 김영환 대표는 "매달 수수료로 400만~500만원을 내고 있는데 초기 기업에는 작지 않은 부담"이라면서 "부담이 줄어든 만큼 색다른 서비스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 '쏠'을 주로 쓰는 소비자가 하나은행 자기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면 하나은행 앱을 또 켜야 했다. 경쟁 은행 간 제휴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오픈 뱅킹에서는 마음에 드는 금융회사 앱 하나로 다른 은행이나 핀테크 서비스 계좌에서 송금·결제·조회가 가능해진다.

금융 서비스 경쟁 가속화

금융계에선 오픈 뱅킹 도입으로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소비자들이 좋은 금융 상품을 편하게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 계좌만 있는 고객이 우리은행의 고금리 적금 상품이나 저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려면 앱을 통해 가입하거나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등의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기가 지금 주로 사용하고 있는 앱을 통해 각종 절차를 대폭 생략하고 좋은 상품을 골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경쟁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고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오픈 뱅킹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데 동의한 것은 신규 고객 확보 목적도 있다. 시중은행이 포기해야 하는 수수료는 작년 기준 연간 800억~900억원 안팎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등 기존 영업망을 이용한 고객 확보가 사실상 포화 상태인 데다 앞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자만 빠르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핀테크 분야로 적극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시중은행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나 투자 등을 확대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간편 결제 확산 불씨 될 듯

오픈 뱅킹 도입과 더불어 금융위는 간편 결제 서비스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간편 결제는 신용카드 번호나 은행 계좌번호 등을 모바일 기기 등에 미리 저장해 두고, 간단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단말기 등을 접촉해 손쉽게 결제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200만원 한도 내에서 선불 충전을 하거나 계좌를 연동해 둬야만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충전 한도를 최대 500만원까지 늘리고 약 40만~50만원 범위에서는 신용카드처럼 후불 결제도 허용할 방침이다.

☞오픈뱅킹(공동 결제시스템)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이 모든 은행의 결제·송금망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은행들이 모두 표준화된 결제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업체나 표준 프로그램만 쓰면 은행 결제·송금망에 접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