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Chatbot)이 올해부터 금융, 유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서는 최저 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단순 업무직이나 상담직 등에 챗봇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31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1년쯤에는 전 세계 50% 이상의 기업들이 자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에 AI 기반의 챗봇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DB) 제공업체인 오라클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약 80%의 기업이 내년쯤부터 마케팅 등의 핵심 업무에 챗봇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결과도 있다.

실제 대형 IT 기업들이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챗봇 솔루션이 확산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 최대의 ERP(전사자원관리) 기업인 독일 SAP 등이 올 들어 한층 고도화된 성능의 챗봇을 쉽게 구축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챗봇 솔루션 구축 시간도 4~5일이면 끝난다.

세계 최대의 ERP 기업인 SAP가 제공하는 챗봇 솔루션 데모. 이용자가 구매를 원하는 제품과 원하는 배송 기간을 말하자 곧바로 구매, 주문, 배송을 수행하는 모습.

챗봇이란 메신저에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일상 선어로 대화하듯이 해답을 주는 메신저다. 챗봇은 크게 AI형과 시나리오형으로 나뉘는데, 시나리오형은 미리 정해놓은 단어에 따라 정해진 답을 내놓는 방식이다. 기존의 국내 일부 기업들이 도입한 챗봇은 대부분이 이같은 시나리오형이다.

2010년대 들어 AI 기반의 챗봇이 미국을 중심으로 IT 업계 일부에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축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은만큼 성능은 신통치 않았다. 지금도 쇼핑, 여행, 금융 분야에서 일부 챗봇이 사용되고 있지만 기능은 제한적이었다. 챗봇을 도입한 기업들이 단순 업무에만 챗봇을 도입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시나리오형 챗봇보다는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챗봇 '리브똑똑'의 권한을 한층 강화해 AI가 담당하는 고객을 100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월부터는 기존 송금, 펀드가입 등의 업무말고도 대출 연장, 이자상환 등의 업무도 챗봇이 담당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기존의 상담 챗봇을 업그레이드한 '콜봇' 출시를 준비 중이다. 챗봇이 텍스트 기반 서비스라면 콜봇은 상담 과정을 음성으로 옮겨온 구조다. 상담원은 콜봇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직접 상담을 지원할 수 있어 동일시간 내 응대할 수 있는 고객 수가 대폭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챗봇 도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의료재단, 강북삼성병원이 지난해 카카오와 챗봇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데 이어 병원과 IT 기업의 협업이 쏟아지고 있다. 이 병원들은 예약, 수납 등의 업무를 챗봇을 통해 진행해 병원 업무의 복잡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콜센터 등 상담 분야에도 챗봇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은 콜센터 상담원을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챗봇이 과거에 비해 음성 인식률이 90% 이상으로 상향평준화되는 추세에 최근에는 복합적인 문장을 쉽게 이해하는 챗봇도 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챗봇에 의한 24시간 콜센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챗봇의 가장 큰 단점은 이용자들이 챗봇과의 대화를 낯설어하고 실제 사람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점이었다"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딥러닝 알고리즘의 특성 때문에 해가 갈수록 챗봇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기계와의 대화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마케팅 서비스 업체인 마인드셰어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3%는 비즈니스 또는 브랜드와 관련해서 챗봇과 대화하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