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횡단보도 보행자와 차량 양쪽에 소리와 빛, 진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들의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종훈 박사 연구진은 "차량 운전자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음을 신속하게 알리는 동시에 보행자에게도 차량의 접근을 3중으로 경보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노면 LED 경보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를 보행자가 걷고 있다. 차량이 접근하면 경보등이 깜빡거리며 보행자가 횡단 중임을 알려준다. 최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보행자‘스몸비족’이 늘면서 이들의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술들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경보 시스템은 우선 열화상카메라로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횡단보도 양측 노면에 매설된 LED(발광다이오드) 바닥 경보등을 작동시킨다. 이 경보등은 밤에 50m 거리에서도 인식할 수 있다. 차량이 횡단보도 30m 전방에 접근하면 도로 전광표지판이 깜박거리면서 보행자가 횡단 중임을 알린다. 연구진은 시스템 설치 후 1000여 대 차량을 시험한 결과, 횡단보도 앞의 평균 속도가 제한속도인 시속 50㎞의 절반 수준인 시속 26.8㎞임을 확인했다. 시스템 설치 이전의 시속 32㎞에 비하면 20% 가까운 감속 효과를 보인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뜬 차량 접근 경보 이미지.(위 사진) 진동도 발생한다. 횡단보도 바닥에 표시된 차량 접근 경보이미지.(아래)

보행자에게도 3중 경보 시스템이 작동된다. 차량이 시속 10㎞ 이상으로 접근하면 횡단보도 바닥에 경보 이미지〈위 사진〉를 띄우고, 횡단보도 주변의 스피커에서 경보가 울린다. 스마트폰에도 진동과 함께 경보 메시지〈왼쪽 사진〉가 뜬다. 연구진은 "스마트폰만 보며 걷는 보행자는 물론, 허리가 굽어 시선이 아래로 향한 노인이나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이에게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보 시스템의 일부 기술은 이전에도 시도됐지만 차량과 보행자 양쪽에 다양한 방법으로 경보를 보내는 종합 시스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스템은 지난해 10월부터 고양시 백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김 박사는 "고양시가 올해 안으로 횡단보도 4곳에 이 시스템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며 "앞으로 자동차업체, 통신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위급 시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을 강제로 정지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