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열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롤러코스터였다.

지난해 서울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피해 투기수요가 몰리며 9·13 대책 이전까지 급등했던 광명과 하남 주택시장이 최근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 건수가 10건 안팎으로 쪼그라들었고, 수억원에 달했던 프리미엄도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광명 철산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7.54% 오르는 동안 광명은 13.54% 올랐고, 하남도 5.45% 올랐다.

당시 워낙 서울과 일부 수도권 부동산시장 열기가 뜨거워 하남의 경우 서울 상승률에 미치진 못했지만, 성남과 과천 등을 제외하면 경기도에서도 가장 많이 오른 축에 속한다. 서울을 죄고 있던 수준의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투자수요가 몰렸다.

그러자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8월 광명과 하남을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며 규제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집값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청약 경쟁률도 높아 주변지역으로 과열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 약발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9·13 대책 이후 이 지역 분위기는 급격하게 가라앉고 있다. 이달 초부터 22일 현재 광명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는 6건에 그친다. 소하동과 하안동에서 각각 2건과 3건, 철산동에서 1건 거래됐다. 하남 아파트 거래건수도 11건에 그쳤다. 이틀에 한 번 걸러 아파트 매매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집값도 내리고 있다. 이주절차가 진행 중인 광명뉴타운2구역 전용 59㎡ 입주권의 경우 프리미엄(웃돈)이 1억3000만원 정도다.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열기가 뜨거웠을 때만 해도 2억원까지 갔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7000만원 정도 내린 것이다. 이곳에는 대우·롯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3344가구짜리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하락기 땐 원래 미래 전망이 불확실한 재건축·재개발 열기가 먼저 식는데, 광명의 경우 단기간에 급속도로 올랐기 때문에 냉각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남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1만가구 여파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고덕지구 2만가구 입주를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달 ‘미사강변도시8단지’ 전용 51.73㎡ 1층은 4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 2층이 각각 4억9000만원과 5억1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최대 45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도 이들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는 광명 시흥의 경우 3기 신도시 지정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남의 경우 교산지구에 신도시가 조성된다.

광명과 하남이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될 시기에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던 구리와 안양 동안구 분위기도 좋지 않다. 구리는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건수가 18건, 안양 동안구는 12건에 그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급하게 먹은 떡이 체한다는 말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