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65·사진) 르노-닛산 회장의 체포로 시작된 르노와 닛산의 갈등이 프랑스 정부의 반격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2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르노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일본 정부에 르노와 닛산의 경영을 통합하기 위한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노리는 프랑스 정부가 닛산을 프랑스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르노-닛산의 통합을 막기 위해 곤 회장을 축출한 닛산과 일본 정부에 대해 본격적인 반격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중했던 프랑스 정부의 전환

프랑스 정부 인사들은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을 방문해 르노-닛산의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곤 전 회장 해임으로 공석이 된 닛산의 차기 회장도 직접 지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하면서도 "르노 닛산의 동맹을 지지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프랑스 정부가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곤 회장의 유임은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원래 목표였던 르노-닛산 경영 통합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곤 회장이 지난해 11월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시작된 르노와 닛산의 갈등은 양 정부가 "두 회사의 동맹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표면적으로는 봉합되는 듯했다. 당시 곤 회장은 르노-닛산의 합병을 추진하기 시작한 직후, 일본 임원진의 내부 고발에 따라 연봉 축소 신고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곤 회장에 이어 닛산 2인자였던 일본인 경영자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은 그가 체포된 지 5시간 만에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곤 회장을 비난했다. 이 때문에 닛산과 일본 정부가 합작한 쿠데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정부와 닛산은 르노-닛산의 합병에 반대한다. 매출 규모나 기술 등에서 앞서는 닛산이 르노에 종속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나 이 건을 논의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그러나 "두 정상이 동의한 건 르노-닛산 동맹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뿐이었다"고 보도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경영권은 프랑스 정부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지분 구조를 보면 왜 프랑스 정부가 강하게 나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로,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4%를 소유하고 있고 의결권도 있다. 하지만 닛산은 르노 지분이 15%에 불과하고 의결권이 없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르노-닛산의 당초 동맹 협약에 따라 르노는 닛산의 고위 임원을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런 지분 구조 속에서 르노-닛산의 경영권은 르노, 다시 말해 프랑스 정부에 있는 것이다.

佛 ‘사회적 대토론’에 참석한 마크롱 -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수이약(Souilac)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발언자의 의견을 듣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작년 11월 유류세 인상 반대 집회로 출발한 ‘노란 조끼’ 시위가 확산되자,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대토론’을 열고 있다.

르노는 조만간 르노의 후임 회장과 CEO를 임명할 계획이다. 또 닛산의 회장도 자신들이 지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곤 르노의 회장 후임으론 장 도미니크 세나르 미셰린 CEO가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르노에서 임시 CEO를 맡고 있는 티에리 볼로레도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기 르노 회장과 CEO는 프랑스 정부의 지령을 받아 닛산과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닛산 내부의 반발이 거세져 역효과가 나게 되는 것은 르노 입장에선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이미 르노와 닛산 직원들 사이에선 동맹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면 공장·부품·기술을 공유하는 양사의 동맹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