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설립된 바이낸스(Binance)는 설립 8개월여 만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성장했다. 암호화폐 정보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바이낸스를 통해 거래된 금액은 25조원. 2위 오케이엑스(OKEx, 16조원)·3위 ZB닷컴(15조원)보다 60%가량 많고, 4위 후오비(12조원)와 비교하면 배 이상 많다.

바이낸스를 설립한 창펑 자오(CZ) 최고경영자(CEO)는 설립 1주년을 맞은 올해 7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바이낸스의 순이익(net profit)이 최대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7월 기준 바이낸스 이용자 수는 1000만명, 하루 거래 건수는 110억건에 이른다.

이쯤 되면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이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다. 신생 거래소 바이낸스는 어떻게 오케이엑스(2014년 1월 출범), 후오비(2013년 9월 출범), 비트파이넥스(Bitfinex, 2012년 10월 출범), 크라켄(Kraken, 2011년 7월 출범) 등 앞선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세계 최대 거래소가 됐을까.

테드 린 바이낸스 최고성장책임자(CGO).

바이낸스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테드 린(Ted Lin) 최고성장책임자(CGO, Chief Growth Officer)는 "사용자 연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용자 행동(behavior)과 선호도(preference)를 분석하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빠른 성장을 이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낸스 코인(Binance Coin, BNB)’이다. BNB는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기축통화로 사용되는데, 바이낸스는 BNB로 다른 암호화폐를 매매하면 수수료 50%를 할인하는 정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거래소 이용 고객이 좋아할 만한 혜택을 제공해 단기간에 바이낸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근 "바이낸스 공익 재단(Binance Charity Foundation)을 설립해 상장 수수료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쌓고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지난 10월 방한한 린 CGO를 만나 바이낸스의 전략과 비전을 들었다.

◇ "사용자 행동에 집중…한국에 마케팅팀 구성"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바이낸스 CGO 테드라고 한다. 바이낸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 더 성장하길 원한다. 성장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우리 팀은 전 세계를 돌며 배우고 있다. 최근엔 터키 이스탄불에도 다녀왔다. 한국에 방문한 것도 한국 사용자(user)의 행동(behavior)과 선호(preference)를 연구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용자 행동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이낸스의 사용자는 전 세계 180개국에 흩어져 있고,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앞으로 더 빨리 성장하려면 현재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대중(crowd that are not currently using crypto)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그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오피스를 열 계획인가.

"현재는 한국에 오피스를 세울 계획이 없다. 대신 마케팅팀을 꾸리고 있다. 오피스를 설립하는 것보다 팀을 운영하는 쪽이 훨씬 빠르다. 가능하면 빨리 현지 사용자 연구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바이낸스팀은 고도로 분산된(decentralized) 형태로 작동한다. 바이낸스팀은 39개국에서 온 다양한 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사람을 만나고 사용자로부터 배우는 걸 즐긴다. 한국 마케팅팀도 필요에 따라 공유 오피스, 커피숍 등 원하는 곳을 선택해 사용자를 만나고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한국 사용자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 곳에 머물 수 없다."

거래대금 기준 상위 100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 수수료를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상장(listing) 분석팀은 상장을 결정하기 전 2주 이상 해당 프로젝트를 분석한다.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가 과도한 상장 수수료를 받는다는 루머가 나왔다.

상장 수수료를 좋은 쪽에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수료 100%를 바이낸스 공익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엄격하게 상장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수수료를 기부한다고 상장 절차가 느슨해지는 건 아니다."

-재단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은 상장 수수료로 얼마를 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만약 상장에 성공하면 수수료 100%가 재단으로 간다.

관리는 재단팀이 한다. 투명하고 신뢰 있는 기부 플랫폼 설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기부 절차가 진행되므로 기부부터 수령까지 처리 과정을 누구나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어떤 분야에 기부할진 결정하지 않았다. 플랫폼이 완성되면 기부자가 기분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모든 산업에 블록체인 존재할 것…거래소는 신뢰 비즈니스"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바이낸스 합류 직전엔 빅데이터 업계, 그 전엔 모빌리티 업계에 있었다. 컴퓨터 공학(코넬대)을 전공했기 때문에 항상 테크 분야에서 일했다. 닷컴 붐, 앱 붐에 이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이 떠올랐는데 인류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유망산업(next big thing)은 AI와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했다.

바이낸스 설립자인 CZ와 고등학교 친구이기도 하다. 작년에 CZ와 통화하면서 근황을 얘기하다가 바이낸스에 조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블록체인은 기반(fundamental)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떠올리면 쉽다. 요즘은 아무도 ‘인터넷 업계에서 일한다’고 얘기하지 않는데, 모든 산업에 인터넷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블록체인도 인터넷처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기술(underline technology)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산업으로 규정할 수 없고, 모든 산업 속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바이낸스 로고.

-바이낸스만의 전략이 있나.

"우리의 전략은 단순하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사용자가 맡긴 돈을 조심히 다루고 사려 깊은 결정을 하며 투명성을 유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have a big heart)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우리는 빠르게 성장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 업계엔 트레이딩을 또 하나의 닷컴 붐으로 보거나 거래소를 단순한 인터넷 웹사이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많은 사용자가 모이길 원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종종 잊는다. 사용자들이 일해서 벌고 저축해 모은 진짜 돈을 거래소에 맡긴다는 사실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한 인터넷 웹사이트가 아니다. 이건 신뢰의 비즈니스다. 어떻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며 훌륭한 보안을 유지할 것이냐. 어떻게 높은 수준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상장시킬 것인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사용자의 행복보다 수익이나 매출을 앞세워선 안 된다."

-신뢰를 쌓는 비결이 있다면.

"안전이 중요하다. 다른 거래소들은 주로 제삼자가 개입하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거래소 차원에서 안전하고 훌륭한 성능을 가진 암호화폐 지갑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많은 다른 거래소 개발팀이 여기에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세계적 수준의 개발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성능 좋은 지갑을 제공할 수 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안전 펀드도 조성하고 있다. 바이낸스에서 이뤄지는 거래 수수료의 10%가 이 펀드에 들어간다. 해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 펀드를 활용해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 보호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 "연내 탈중앙화 거래소 테스트…정부 개방 정책 펼쳐야"

-공격적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거래소의 성공으로 현금 흐름이 좋아졌다. 거래소가 바이낸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추동력이 되고 있다. 바이낸스 랩을 만들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양육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팀, 백서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바이낸스 인포, 토큰 세일(initial token sale) 플랫폼인 바이낸스 론치패드(LaunchPad), 온라인 교육 기관인 바이낸스 아카데미도 만들었다.

현재 탈중앙화 거래소(P2P 기반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도 개발하고 있다. 연내 테스트넷을 론칭하는 게 목표다. 법정 화폐(fiat currency)와 암호화폐를 교환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래소도 개발하고 있다. 지역은 싱가포르, 우간다를 검토 중이다."

바이낸스는 자신들의 강점을 강력한 팀, 검증된 제품, 우수한 기술력, 업계 네트워크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이낸스 랩은 주로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하나.

"고정된 유형은 없다. 바이낸스는 투자를 통해 기반 구조를 확장하길 원한다. 암호화폐 채택(adoption)을 늘리는 프로젝트라면 모두 검토한다.

구글이나 애플이 좋은 회사로 평가받는 이유는 좋은 팀과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팀, 제품, 사용자의 긍정적 반응 등이 중요하다."

-바이낸스의 미션은 무엇인가.

"‘자본 자유를 확장하는 것(spreading freedom of money)’이다. 저개발국엔 아직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다.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사례도 있다.

국가 간 송금을 할 땐 평균 1~5영업일이 걸린다.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 우리에겐 어떤 통화로 가치를 저장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송금할 것인지, 어떻게 투자받을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선택지가 필요하다. 암호화폐는 우리의 선택지를 늘려준다. 암호화폐를 도입함으로써 경제적 자유를 확장할 수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에 대한 생각은.

"많은 나라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연구하고 있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정부가 개방적인 정책을 펼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설립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 암호화폐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이 많아지면 더 많은 국가가 이 추세를 따를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