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9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성공해 연내 양산(量産)에 들어간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저장 장치로 스마트폰, 노트북이나 기업들의 중앙 컴퓨터(서버)에 주로 쓰인다. 96단은 저장 공간을 마치 초고층 아파트처럼 96층으로 차곡차곡 쌓았다는 뜻이다. 손톱만 한 반도체 하나에 64기가바이트(GB)의 고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가 9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올 5월과 9월에 양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2월부터 96단 낸드 반도체의 대량생산에 착수한다"며 "신제품은 기존 72단 제품보다 크기(면적)가 30% 이상 줄면서도 쓰기·읽기 성능은 각각 30%, 25% 향상됐다"고 4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번 96단 반도체에 PUC(Peri Under Cell)라는 새로운 집적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해 반도체 생산 효율을 높였다. 비유하자면 다른 업체들은 96층짜리 아파트 한 동(棟)을 쌓은 뒤 그 옆에 반도체 작동을 위한 관리동과 같은 건물을 따로 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96층 아파트 지하에 이 관리동을 옮기는 식으로 반도체 크기를 줄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충북 청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진 M15 반도체 신(新)공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 김정태 낸드마케팅 담당 상무는 "이번 96단 반도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갖춰 낸드 사업의 이정표가 될만한 제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