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030000), 이노션(214320)등 국내 대표 광고회사들이 최근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감성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도인들의 감성을 공략해 광고 효과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제니스에 따르면 인도 광고시장 규모는 2016년 76억3900만달러(8조6700억원)에서 2017년 86억5400만달러(9조8000억원)로 11.1% 증가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올해는 97억4100만달러(11조원), 2019년엔 112억1300만달러(12조72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인도 광고 시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 광고 시장(11조1295억원)보다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한국은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면 인도는 10%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2019년 이후에는 역전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전자상거래 도입 등으로 TV, 신문보다 디지털 광고가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광고업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광고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만큼 광고회사 역할이 부각된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연구원은 "인도는 삼성전자가 현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신흥국"이라며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마케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제일기획 ‘보이스 포에버’ 캠페인

◇ 제일기획, 최단기간 1억뷰·이노션, 역대 최다 클릭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올해 인도에서 각각 선보인 삼성전자, 현대차 광고는 기록적인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도인들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제일기획은 지난 9월 삼성전자 서남아 총괄과 함께 ‘보이스 포에버(Voice Forever)'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공개 13일 만에 조회 수 1억 건을 기록해 역대 유튜브 게시 광고 중 최단 기간 1억 건 돌파 기록을 세웠다.

보이스 포에버는 목소리를 서서히 잃어가는 희귀 질환인 MND(Motor Neuron Disease‧운동신경원 질환)를 앓는 엄마와 정상인 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가 엄마 목소리를 구현해 딸과 계속 소통한다는 내용이다.

이노션이 현대차 인도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아버지와 아들', '군인의 임무' 캠페인도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은 지난 6월 27일 유튜브 공개 두 달 만에 조회 수 2억2180만 건으로 인도 역대 광고 중 최다 조회 영상 기록을 세웠다. 두 번째 캠페인 '군인의 임무'도 조회 수 2억 건을 넘겼다.

‘아버지와 아들’ 캠페인은 아버지가 몰던 오래된 현대차 엑센트를 아들이 처분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차 안에서 발견하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린다는 내용이다. 차를 팔지 않으려는 아버지 마음을 이해하고 포옹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 언어·종교·민족 다양한 인도를 하나로 묶는 것은 ‘가족’

인도 국민은 세계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셈이다. 또 언어, 기호, 종교, 민족이 다양하게 섞여 있는 만큼 소비자도 가지각색이다. 13억명에 달하는 인도인을 한 가지 틀에 끼워 맞추기는 어렵다.

다만 인도인은 감성적, 종교적이며 가족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일기획과 이노션도 인도인 정서와 문화에 기반한 광고를 선보여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버지와 아들‘ 편을 만든 라제쉬 바드와 이노션 CD(Creative Director)는 "인도인들의 정서와 문화의 균형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미묘한 차이와 기호를 정확하게 간파해야만 인도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며 "인도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가족과 국가에 대한 강력한 유대감이고, 이 감정을 광고에서 느껴지도록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