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차 출시가 적었던 경쟁업체들을 여유있게 제치고 ‘독주 체제’를 굳힌데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SUV로 세단의 부진을 메우며 판매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모델 노후화로 SUV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차는 지난해 첫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하며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6년만에 완전변경된 중형 SUV 싼타페가 큰 성공을 거뒀다. 하반기 들어서는 준중형 SUV 투싼의 부분변경 모델도 선보였다.

현대차는 올해 말 새로운 대형 SUV 모델을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최초의 경차급 SUV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신차로 구성된 5종의 풀라인업을 완성하면서 SUV 시장에서 현대차의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 신차가 이끈 현대차의 반격…국내 독주 이어 美 판매량도 두 자릿수 증가

올해 2월 출시된 현대차 신형 싼타페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국내 전체 판매량은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전년동월대비 12.1% 감소한 5만2494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나와 투싼, 넥쏘,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현대차의 SUV 5종의 판매량은 1만5950대로 전년동월대비 13% 증가했다.

올들어 9월까지 SUV 합산 판매량도 전년동기대비 57.7% 급증한 14만5426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판매량은 52만582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사실상 현대차의 올해 판매실적 개선을 SUV가 이끈 셈이다.

현대차 SUV의 선전을 주도한 모델은 지난 2월 출시된 4세대 신형 싼타페였다. 올들어 9월까지 싼타페의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03.8% 증가한 7만9777대를 기록했다. 신형 싼타페 출시 전까지 국내 중형 SUV 시장을 주도했던 기아자동차쏘렌토는 지난달 3943대가 판매돼 싼타페(8326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른 주력 볼륨모델인 코나와 투싼도 경쟁 모델들을 제치며 선전을 이어갔다. 코나는 지난달 3816대가 판매돼 쌍용차 티볼리(3071대)를 앞섰고 투싼도 3704대로 준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아차 스포티지(3047대)에 우위를 보였다.

현대차 코나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SUV 신차들은 디자인과 성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싼타페의 경우 지능형 주행안전기술(ADAS)을 국산차 최초로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하는 등 전체적인 주행성능을 향상시켰다. 싼타페와 코나는 수소전기차 SUV 넥쏘와 함께 지난달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쟁사들의 부진도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의 SUV가 독주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싼타페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GM의 중형 SUV 이쿼녹스는 6월 출시 후 지금껏 858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현대차는 미국 SUV 시장에서도 판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싼타페와 코나 등 현대차의 SUV 모델들은 전년동월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난 8월 미국 시장에서 2만7678대를 판매해 역대 8월 기준 최다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진화하는 현대차 SUV…올해 말 대형, 내년 상반기 경차급 모델 추가

현대차의 신차 공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6월 부산 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 대형 SUV 콘셉트카 ‘HDC-2 그랜드마스터 콘셉트’

올해 말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대형 SUV는 기존 모델이었던 베라크루즈, 맥스크루즈의 후속이 아닌,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모델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6월 부산 모터쇼에서 대형 SUV 콘셉트카인 ‘HDC-2 그랜드마스터 콘셉트’를 공개한 바 있다. 연말에 나오는 대형 모델은 7~8인승으로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상당 부분 반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차급 SUV 모델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광주광역시와 합작으로 세울 공장에서 경차급 SUV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최근 노조의 반발 등으로 공장 설립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경차급 SUV가 향후 주력 소형 승용차였던 엑센트를 대체할 모델인만큼 출시계획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UV 라인업에 친환경 모델들이 추가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올 초 수소전기차 단일모델인 넥쏘를 출시했다. 또 코나의 순수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도 출시한데 이어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의 테스트 차량 제작에 들어갔다. 국내 친환경차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싼타페, 투싼 등 기존 주력 SUV에도 친환경 트림이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