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확대’ 두고 정부·여당-서울시·야당 갈등 점화 가능성도

서울시가 노후 청사 건물 등 도심 유휴지를 발굴해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현재 서울 시내에 대규모 주택공급지로 활용할 유휴지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여당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며 정부와 여당이 서울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의 보루’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도 서울시 주장에 힘을 보태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빠르면 이번 주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10일 국토부 관계자는 "수천 가구의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만한 도심 유휴지는 현재 서울시 내에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서울시가 유휴지를 발굴하겠다고 밝혔지만, 노후 구청 건물 등 시유지를 재활용하더라도 수십~수백 가구 수준의 행복주택 공급만 가능해 정부의 목표대로 수만 가구의 신도시급 공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택지 선정 후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기재부도 주택 공급에 활용할 서울 도심 유휴지에 대한 조사 계획은 별도로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군부대 등의 유휴 국유지는 이미 활용 계획이 발표된 곳뿐이라 별도의 발굴 조사 계획은 없다"며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유지 중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곳이 과연 남아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설명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의 보루"라며 도심 유휴지를 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것이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만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정책 노선을 이미 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우선 서울 도심 유휴지 등을 주택 공급 확대에 필요한 택지로 최대한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린벨트의 경우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박원순 서울시장도 ‘그린벨트 해제 불가’ 방침을 주장해왔다. 박 시장은 "그린벨트는 시민의 삶에 굉장히 중요한 존재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아도 다른 공공용지, 주택 매입 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서울 시내 그린벨트는 25개 자치구 내 19개 구에 149.13㎢ 규모로 지정돼 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0㎢), 은평구(15.21㎢), 강북구(11.67㎢) 순이다.

서울시가 계속 반대하더라도 중앙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그린벨트 해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린벨트 해제 면적이 총 30만㎡ 이상일 경우 중앙 정부가 직접 해제할 수 있다. 국토부는 현재 30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는데, 이같은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0만㎡ 이상의 택지가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직권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린벨트 해제에 무게를 싣고 서울시에 대한 압박 강도를 점점 더해가는 모양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건넸다. 이에 박 시장이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울시의 기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그린벨트 해제 반대를 주장한다. 환경정의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10일 여는 등 서울시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 제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최근 여의도 재개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서도 ‘정부, 여당 대 서울시, 야권, 시민단체’ 양상으로 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주택 공급이라는 하나의 답을 내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정치권이 모두 제각각 해법을 내놓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든 섣부르게 답을 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중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대책인 만큼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함께 △과열지역에서 새로 취득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때 혜택을 줄이는 방안과 △종합부동세 (이하 종부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