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료, 학계, 언론계 인사 참여하는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 발족

"시장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양극화, 고령화를 고려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의를 정치가 담당하다 보니 쏠림이 발생하고 질주했습니다. 경제는 끊임없이 균형을 추구하는데 쏠림과 질주는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없지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30일 전직 관료와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시사포럼)’을 발족했다. 그는 "경제 담론이 없어지고 논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글쓰기를 꺼리고 있는데, 지식인의 침묵 속에 가라앉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포럼을 시작하게 됐다"며 "탈정치, 탈이념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지속가능한 담론의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인 정 이사장은 행정고시 10회로 공직에 입문해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17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임기 1년을 앞둔 2007년 2월 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그는 "열린우리당이 좌파적 생각과 노선으로 흐르지 않고 시장경제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그는 2007년 동북아 문제를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 니어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경제 논의를 정치가 담당하다 보니 쏠림이 발생하고 질주했다”며 “니어재단이 발족한 시사포럼은 탈정치, 탈이념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지속가능한 담론의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 경제의 병리현상이 구조화되면서 생태계 침하(沈下)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논의가 정치, 이념적으로만 이뤄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전직 관료는 물론 학자와 언론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이사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유로운 담론을 통해 극우, 극좌 간 균형을 잡고 양자 간 교집합을 찾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논자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입체적인 경제 생태계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대식에 참석한 인사들도 정 이사장과 같은 뜻을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은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가운데 고령화와 청년실업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며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의 큰 흐름을 보고 생태적인 접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 역시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잘해야 2.7%, 그렇지 않으면 2.6%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악화된 경제 상황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폐해인지 논쟁에 대해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양극화, 고령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과거 한국 경제는 인구증가에 덕을 봤는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역풍이 거세지는 상황"이라며 "인구 오너스(onus·부담)와 저성장, 양극화를 모두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 세대 이후를 보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시야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최병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 관료를 포함해 우리나라 사회 엘리트 계층은 사회보장제도의 확대, 선진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족이나 지역사회는 더이상 사회보장 역할을 담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진 상황"이라며 "사회보장 분야도 경제처럼 선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