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전년동기대비 7.6% 늘어…증가폭 3년 3개월 만에 최저
금리 상승기 주담대 증가폭은 꺾이고 기타대출 급증…규제 '풍선효과'

올해 6월말 기준 가계부채가 1493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가계 빚이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시중 금리도 상승하고 있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가계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부동산 규제 정책도 내놓으면서 올해 2분기 가계부채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가계의 대출 수요가 금리가 비교적 높은 기타대출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중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1493조원으로 지난해 6월말 대비 105조2000억원(7.6%)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 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2015년 1분기(7.4%)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3분기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이후 증가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 한은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가계대출은 전년동기대비 7.4% 늘어난 1410조원이었다.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꺾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됐다. 예금은행의 주담대는 2분기 중 6조원 늘어 지난해 2분기(6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둔화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는 오히려 8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44만가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주담대를 중심으로 시행되면서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둔화됐다.

대신 기타대출이 크게 늘었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6조8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2분기(5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역시 지난해 2분기 3조1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조3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담대가 막히면서 대출 수요가 비교적 금리가 높은 기타대출로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비용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고, 은행이 ‘오토론’ 등 신규 대출 시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타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2분기 중 판매신용은 전년동기대비 11.0% 늘어난 8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13.6%)보다 증가폭이 다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