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자신을 '두부공장 사장'에 비유하며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적자를 보자, 전기료를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사장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에서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며 "가공비 등을 고려하면 당연히 두부값이 콩값보다 비싸야 하는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했다. 또 "일반 소비자에게는 원자재 가격을 회수하고 공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정상 가격을 받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다수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어 시행한다"고도 했다. 전기를 '두부'에, 석탄·LNG(액화천연가스)·석유 등을 '수입 콩'에 비유하고,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전기료가 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전기료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기료 결정권을 가진 정부도 슬그머니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시간대별 요금을 조정해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사실상 명확히 한 것이다.

2015년부터 2년간 매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의 영업실적은 현 정부 들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한전은 2017년 한 해 전체로는 4조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작년 4분기만 따지면 1294억원 적자였고, 올 1분기에도 1276억원 손실을 봤다.

이에 대해 에너지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원인 분석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작년에 5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이 적자로 전환한 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데,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고 비싼 석탄·LNG 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 안전성 강화'를 명분으로 정비를 늘리면서 원전 가동률을 낮췄다. 재작년 80%였던 원전 가동률은 5월 기준 58%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원자력 발전량은 2년 전보다 37%, 작년보다 29% 급감했다. 원전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29%에서 지난해엔 26%로, 올 1분기엔 18%로 줄었다.

대신 석탄과 LNG 발전을 늘렸다. 석탄 발전 비중은 2016년엔 39.8%였으나, 2017년엔 43.1%, 올 1분기는 43.4%로 늘었다. LNG 발전 비중은 2016년·2017년에는 23%였으나, 올 1분기엔 30%로 증가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kWh당 발전 단가는 원자력이 66.73원으로 석탄(90.97원)의 3분의 2, LNG(125.34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전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LNG 가격이 오른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4.2% 인상하면서 "수입 LNG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전의 적자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