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에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려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한달에 5000~1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미관을 해칠 수 있고 자칫 태양광 발전 설비 파손으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현행법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외벽이나 발코니에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관리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나홀로 태양광 설치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선 에너지 프로슈머가 ‘그림의 떡’이다. 각종 규제와 지원 법규 미비가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고 전기 생산자가 경제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는 “정부가 지난해 말 재생에너지 3020(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위한 규제 완화 움직임은 없다”면서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데는 원활하지 못한 전력거래와 전기요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다.

◇ 에너지 프로슈머 지원 법·제도 부족...실증사업도 거부당하는 현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은 올 4월 보고서에서 “국내에선 전력거래가 불법이므로 개인간 전력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가 개설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전력시장 운영의 법적 근거는 전기사업법인데 프로슈머의 거래 등을 지원하는 개정안이 이달 28일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 등의 거래에 관한 지침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허용 용량·대상을 확대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중이다.

국내의 경우 실제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은 없고 실증사업만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3월 수원 솔대마을과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는 ‘프로슈머 이웃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이 실시됐다. 같은해 5월 서울 동작구 상현초등학교(발전설비 91kW)와 중앙하이츠빌 아파트(544세대)는 실증사업에 참여했다가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아파트 세대간 의견합의가 어려워 프로슈머 실증사업 약정 해지를 요청했다.

서울 광진구 화경빌딩(발전설비 9kW)은 월 전력 사용량이 400kWh 이상인 소비자 3가구와 빌딩과 주택 간 전력 거래 사업을 시행중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고 서울연구원은 분석했다.

전력거래소 상황실.

◇ 전기 팔아도 이익은 몇천원…정부·지자체가 관심 가져야 시장 열려

국내는 태양광 발전단가(설치비 포함)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하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사람이 굳이 이웃에게 전력을 판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 수원 솔대마을과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사업을 진행한 결과, 거래 첫달(2016년 3월) 프로슈머 가구당 편익은 2116원에 불과했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발전량 대비 소비 가구가 적어 남는 발전량을 활용하지 못했다.

서울연구원은 “(에너지 프로슈머) 거래는 소비자층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요금을 적용받는 소비자들로 국한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기존 6단계였던 누진제가 3단계로 개편되면서 소비자층이 줄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웃간 프로슈머 거래 외에 대형 프로슈머 거래 및 분산 자원 중개시장을 통한 도매시장 거래 역시 국내에선 전기요금이 저렴해 경제적 이득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승일 교수는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는 지자체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에너지 생산을 위해 노력한 사람과 지자체가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국내는 자연환경이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불리한데다 주민 반대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장 바로 옆에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있어도 현행법 체계상 전기를 살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도 에너지 직거래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