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셰일가스 기반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더 많은 물량을 수입하는 ‘큰 손’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최근 2년간(2016년 2월~2018년 2월) 미국이 수출한 LNG 물량의 18%를 사들였다. 이는 멕시코(19%)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것이며, 3위 수입국인 중국(14%)보다 비중이 높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지난해 미국 셰니어(Cheniere)로부터 장기계약(2017~2036년)의 첫번째 물량을 받은 후 한국이 (미국산 LNG 수입에서) 멕시코를 추격중”이라고 전했다.

에너지업계는 “그동안 LNG를 중동에서 많이 수입했는데, 미국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에서 가져오는 LNG는 운송 등의 조건이 불리해 가격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스공사는 미국 사빈패스와 2017년부터 2036년까지 연간 280만톤의 LNG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 미국 보호무역주의 방어 카드…가격협상력 높일 수 있어

가스공사는 미국 셰일가스 혁명 초기인 2012년 사빈패스와 장기 LNG 도입 계약을 체결, 아시아 최초로 미국산 LNG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2036년까지 연간 280만톤의 LNG를 국내로 도입하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LNG 공급선 다변화가 국내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E&S도 2013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프리포트 LNG사와 천연가스 액화서비스 사용 계약을 맺었다. 프리포트 LNG사의 미국 텍사스주 액화시설을 통해 북미 셰일가스를 LNG로 만들어 내년부터 20년간 연 220만톤씩 도입하는 것이다. GS EPS도 내년부터 20년간 연 60만톤의 LNG를 미국에서 직수입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천연가스 수입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비중을 낮추는 대신 미국·호주 물량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카타르(30.8%), 호주(18.6%), 오만(11.3%), 말레이시아(10.0%), 인도네시아(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내년 이후 SK E&S와 GS EPS의 수입 물량까지 더해지면 미국 비중이 상당 부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LNG 도입 물량을 늘리는 것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다른 국가에서 LNG를 사올 때도 가격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 가격전략 실패하면 손해 볼수도…LNG 관련 사업 추진해야

LNG는 보관·운송이 LPG(액화석유가스)보다 불리하다.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기화(氣化)되는 문제가 있다. 미국산 LNG 기지가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대서양, 멕시코만에 있어 수입조건이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산 LNG는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 가격이 유가에 연동하는 것과 달리 미국 내 시장가격(헨리허브 가격 체계)을 따른다. 고유가일때는 미국산 LNG가 중동산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지만, 반대로 저유가일때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본·인도 등 일부 LNG 수입국들은 미국산 LNG 가격에 불만을 제기했다. 운송거리가 길면 궁극적으로 운송비 부담이 커져 LNG 판매가도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LNG를 수출하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처럼 LNG를 수입하는 나라에서는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유가에 따라 구입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 셰일가스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중동산 가격이 낮아질 때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장원익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가스 시장이 LNG 중심으로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스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랜트(건설), 가스전 탐사 및 개발(종합상사), 탱크 보유 및 터미널 운영(가스공사) 등의 사업기회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