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절약하면 보상으로 가상화폐 '에너지토큰'을 줘 전세계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두 달 안에 에너지토큰(ETK)을 한국, 중국, 일본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영국의 에너지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에너지마인은 2016년 11월 창업한 신생회사다. 올해 2월1일 가상화폐공개(ICO)로 총 1500만달러(1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한국인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ICO는 향후 발행할 가상화폐를 나눠주는 대가로 자금을 모으는 기업공개와 비슷한 개념이다. 에너지마인의 오마르 라힘(Omar Rahim) 창업자 겸 CEO는 11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토큰의 60~70%를 한국인이 갖고 있다.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하고 신기술 습득력이 좋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에너지마인의 오마르 라힘(Omar Rahim) 창업자 겸 CEO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2040년까지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공급이 지속가능하려면 전력 생산량을 늘리거나 소비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마인은 후자인 전 세계 에너지 소비 절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마인은 지금까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가격을 예측해 주요 기업, 정부, 지자체를 상대로 에너지 절감 컨설팅과 관리를 해줘왔다. 오는 6~7월까지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가상화폐 보상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에너지를 절약한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사업 모델이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에너지토큰이 쓰인다. 가령 에너지마인과 계약을 맺은 회사의 직원이 업무 외 시간에 컴퓨터 전원을 끄는 등 에너지 절약 행동을 하면 회사는 해당 직원에 전기료 납부나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토큰을 지급하게 된다. 에너지 토큰은 거래도 가능하다. 지자체는 대중교통 이용자나 친환경 가전제품 구입자에게 토큰을 주며 에너지 저감을 장려할 수 있다.

에너지마인은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에는 개인 간(P2P) 에너지 거래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각국에서 전력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높은 전기료의 중간 수수료를 없애 소비자가 직접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에는 스마트시티 구축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아직 한국 사업은 초기 단계지만 라힘 CEO는 "한국 대기업, 은행, 가상화폐 거래소와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곧 주요업체와 계약을 맺는 중대한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마인의 오마르 라힘(Omar Rahim) 창업자 겸 CEO

◆ 투자유치에 한국인 몰려..."블록체인 상용화 기업 많지 않아"

에너지마인이 영국 외 해외에 지사를 차리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사무실은 강남에 두 달 전 설립했고 현재 에너지마인코리아 CEO도 물색 중이다.

한국이 에너지마인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라힘 CEO는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된 예가 많지 않다”며 “에너지마인은 이미 1100개의 빌딩의 에너지 저감을 관리하고 있다. 관리하는 에너지 규모는 1억4000만달러 규모에 달한며 지난해에만 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마인과 유사 사업을 하는 업체도 많지만, 실제로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우리의 경험을 따라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외 대기업들은 에너지마인에 지분투자 러브콜을 보내기도 한다.

한국은 ICO를 금지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은행 신규계좌 발급을 유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과 달리 가정에서 태양광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드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라힘 CEO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의 정책들은 통상 신기술 발전에 제동을 걸기도 하지만,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가상화폐, 블록체인의 리더가 될 조건을 갖췄다. 과도하게 규제하면 15~20년 후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신산업의 리더가 되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기술 습득력이 빠른 만큼 에너지를 자체생산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향후 스마트시티 리더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마인이 한국을 첫 해외 진출국으로 꼽은 이유도 이같은 장기적 시각 때문이다. 라힘 CEO는 "한국은 삼성과 LG 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이끌며 스마트시티의 필수 하드웨어 조건을 갖췄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약하다"며 "에너지마인이 이 부분 파트너로서 한국을 스마트시티 세계 리더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 "에너지 절약 가상화폐로 보상받으면 누구나 행동 바뀔 것"

영국 리즈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라힘 CEO는 13년간 전 세계 각국 정부, 기업과 에너지 거래를 해왔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이넨코그룹에서 에너지 거래를 담당했다. 2011년에는 LG 에너지 그룹을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에너지 거래만 해오던 그가 에너지마인을 창업하게 된 것은 2016년 말이다. 그는 "에너지 절약 행위에 대해 누구도 보상받지 못하는 것에 주목해 에너지마인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라힘 CEO는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가상화폐인 에너지토큰을 '보상'으로 주면 환경에 대한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에너지 절약에 참여할 것"이라며 "에너지 보상 토큰 플랫폼을 통해 에너지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마인을 활용하면 기업은 직원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기업)는 습관 변화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마인은 기업에 에너지 저감 조언과 에너지토큰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는 "가상화폐, 블록체인이 앞으로 모든 산업을 바꾸겠지만, 특히 에너지 거래의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에너지를 더 똑똑하게 쓰는 데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에너지마인 보상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직접 직원들에게 에너지 절감에 따른 현금 보상을 해줄 수도 있지 않느냐에 대해 라힘 CEO는 "CEO가 직원들에게 에너지를 10% 절감할 때 현금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도 직원 입장에서는 청구서를 볼 수 없어 신뢰감을 갖기 어렵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특정 수치를 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에너지토큰을 직원에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