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나온 이후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는 300여개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GM에 부품을 공급하는 오토젠의 조홍신 부회장은 “최근 GM의 철수설 이후 한국GM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수요 감소로 협력업체들의 납품 규모도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은행들마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돈줄을 조이면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인근에 위치한 협력업체 외부전경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기준 한국GM 1차 협력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평균 5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들어 2월까지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말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총 318개사다. 이 가운데 LG전자(066570)와 한국타이어등 비전문업체 17곳을 제외하면 총 301개 업체가 순수 자동차 부품협력사에 해당된다.

한국GM 부품협력사 중 약 30%에 해당되는 86개사는 한국GM에 100% 의존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154개사도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GM에 납품하고 있다.

1차 협력업체 301개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수는 9만3000여명으로 한국GM에 100%를 납품하고 있는 86개 업체에서는 1만명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2~3차 협력업체 직원수 4만7000명까지 포함하면 한국GM 사태로 영향을 받는 일자리수는 14만여개에 이른다.

협력사들은 최근 한국GM 사태가 불거진 후 자금 회수에서 위험을 느낀 은행들이 돈줄을 조이면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동안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을 현금 대신 60일 만기의 전자어음으로 받았다. 협력사들은 이 어음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약 3%의 할인된 금액을 만기 전에 대출로 받아 운영자금으로 써왔다. 그러나 지난달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지고 GM 본사의 한국 철수설까지 나온 이후 은행들이 어음 할인을 통한 대출을 중단하면서 자금 조달의 통로가 막히게 된 것이다.

조홍신 부회장은 “지난달 납품물량에 대한 4월 만기 어음은 당초 이달 10일부터 할인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지만, 최근 거의 모든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하면서 자금 운영계획이 꼬여버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일부 부품협력사들은 최근 극심한 자금난으로 임금체불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군산공장 인근의 협력사 공장 내부. 대부분의 설비가 가동을 멈췄고 상자에는 갈 곳은 잃은 부품들만 가득했다.

한국GM 납품물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와 자금난 등 ‘2중고’가 심화되면서 최근 협력사들은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 등을 잇따라 접촉하며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GM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자금난을 겪는 부품사들을 위해 긴급 대출 지원을 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대위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협력사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다시 한번 촉구할 예정이다.

조 부회장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싸고 한국GM 노사의 대립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고사(枯死) 위기에 놓인 부품사들과 14만여명의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한국GM 노사가 임단협을 조속히 매듭지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