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생활가전동 1층 '프리미엄 하우스'. 북미·유럽 가정의 주방을 구현한 공간에서 한 직원이 삼성 '패밀리허브' 냉장고 속 빅스비(인공지능 비서)와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줘"라고 말하자, 냉장고 도어에 달린 LCD 화면에 훈제 닭가슴살과 야채 등의 요리가 등장했다. "오늘의 일정은"이라고 냉장고에 묻자 LCD 화면에 스케줄이 표시됐다. 김준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 담당은 "2018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개인별 일정과 관심 뉴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면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관심 갖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대중화, 지능화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IT·자동차 전자장비 기술 결합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별 제품·서비스를 초월한 사업구조 혁신 없이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삼성의 혁신 DNA와 외부 생태계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김준태 담당(왼쪽)과 장영석 담당이 패밀리허브 냉장고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 삼성 스마트기기에 AI 기술 적용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자사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빅스비'를 TV·가전·자동차 전장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스마트기기에 빅스비를 탑재하거나 스마트싱스 클라우드(IoT 서비스용 플랫폼)의 AI 엔진을 연동시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내에 IoT 서비스 스마트싱스 앱을 자사 모든 IoT 기기·서비스를 제어하는 간편한 리모컨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패밀리허브 냉장고에서 스마트싱스 앱을 실행할 경우 냉장고에서 세탁기·청소기 작동은 물론 집안 내 조명밝기와 온도조절까지 가능하다.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거실의 스마트TV로도 패밀리허브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하거나 세탁기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능화된 IoT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가사노동에 드는 시간·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와 IoT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키면서 산하에 AI센터를 신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AI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AI 분야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대에 AI랩을 설립했다. 올해에는 캐나다·영국·러시아 등에 200명 규모의 AI 선행 연구조직을 구축하고 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트레버 대럴 UC버클리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삼성전자는 AI를 어떻게 소비자 제품에 적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AI 연구 역량 역시 (글로벌 기업 중)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AI·IoT 분야 유망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8월에는 미국 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사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2016년 6월에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를 인수했고, 2016년 11월에는 미국 AI 플랫폼 개발 회사 비브 랩스를 사들였다.

◇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기술 확보

삼성전자는 미래형 기술인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자동차 전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에는 80억달러(8조6600억원)를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회사 하만(Harman)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하만은 지난해 5월 홍콩에서 열린 '삼성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삼성과 함께 2025년까지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업계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시너지 효과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에서 나타났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콕핏'을 소개한 것이다. 운전자가 음성으로 차 안의 에어컨·오디오 음량·조명 등을 조절할 수 있고 집안의 기기도 제어할 수 있다. 디지털 콕핏에는 차량용 빅스비와 스마트싱스가 적용됐는데,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사용자경험(UX)을 활용해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는 CES 2018에서 삼성전자와 개발한 텔레매틱스 컨트롤 유닛(TCU)을 공개했다. TCU는 자동차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해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지원하는 무선통신 기술이 적용된 장치다. 팔리월 CEO는 "TCU에 5세대(G) 이동통신이 적용되면 운전 중 스트리밍 음악을 듣거나 교통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것을 넘어 도로·차량·행인에 대한 정보를 처리, 안전 운행과 함께 자율주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 1월에는 레이더, 카메라 등의 센서·부품, 소프트웨어를 선택해 자동차·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신개념 자율주행 솔루션 '드라이브라인' 플랫폼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