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에 지난해만 1조6000억원이 넘는 신규 투자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3분기부터 IRP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IRP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의 적립금은 1분기 10조8687억원에서 4분기 12조4940억원으로 1조6253억원이 증가했다. 나머지 사업자들의 적립금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체 증가액은 1조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IRP는 개인이 퇴직연금 외에 추가적으로 적립해 세액공제 받고 퇴직 시에는 퇴직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금계좌다. 연말정산 시 최대 115만5000원의 세액공제(연간 납입액 700만원, 16.5% 세액공제율 적용) 혜택을 누릴 수 있다.

3분기 들어서면서 전체 증가액 중 절반 이상인 8992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것을 볼 때 이때 부터 실시된 IRP 가입대상 확대 정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가입자 또는 퇴직금을 수령한 사람에 한해 IRP 가입이 가능했지만 지난해 7월26일부터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실시되며 퇴직금제도 근로자, 자영업자, 공무원, 교직원, 군인 등 직역연금 가입자 등으로 IRP 가입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730만명의 잠재 고객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기존 가입자들이 불입을 늘리거나 새롭게 가입한 자영업자, 공무원 등이 늘면서 적립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IRP 상위 10개 사업자의 2017년 분기별 적립금 현황

사업자별로는 기존 IRP 1위 사업자인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신규 적립금을 유치하며 2위 신한은행과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4분기 국민은행의 IRP 적립금은 1분기보다 4000여억원이 늘어난 2조8129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2조2595억원으로 3764억원이 증가했다.

이들 은행은 IRP를 포함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펴고 있다. IRP 가입대상이 확대된 지난해 7월 IRP 수수료 인하 등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을 진행 중이다. 전체 퇴직연금 총 적립금 기준으로는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을 1조원 가량 앞서고 있지만, IRP 시장에서는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은행에 밀려있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IRP 수수료를 없애는 등 파격 행보로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7월 삼성증권이 금융권 최초로 0.33~0.35% 수준이던 IRP 운영·관리 수수료를 폐지한데 이어 미래에셋대우도 비대면 IRP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 납입분에 한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연초 IWC라는 연금 특화 센터를 만드는 등 사활을 걸었던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기준 9511억원의 적립금을 기록, 1분기 대비 946억원을 신규 유치했다. 삼성증권의 4분기 적립금은 7218억원으로 1234억원의 신규 적립금을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