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트코인 투기 열풍이 워낙 뜨겁다 보니 한국에서 가상 화폐가 유독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코리아 프리미엄'이 극성이다. 3일 낮 12시 현재 한국의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050만원. 같은 시간 미국의 비트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가 집계한 가격 1만5023달러보다 449만원(28%) 비싸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다른 나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에서 팔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 거래를 해보니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자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 미국의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16만원어치 비트코인을 한국보다 21% 싼 가격에 매입했다. 약 5000원어치 비트코인을 거래 수수료로 차감한 뒤 지갑에 0.00940916BTC(비트코인의 단위)가 입금됐다. 한국의 빗썸 지갑으로 이 비트코인을 옮기기 위해 송금을 신청하자 수수료로 약 2만9000원어치 비트코인이 또 빠져나갔다.

송금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한국으로 송금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다음 날 확인해 보니 새벽 3시쯤 빗썸 지갑에 0.00763809BTC가 입금돼 있었다. 오전 10시, 원화로 환전을 신청하자 거래 수수료로 0.15%(230원)가 빠졌고, 은행 계좌로 보낼 때 송금 수수료 1000원을 또 뗐다. 결국 손에 쥔 돈은 매입 금액과 거의 비슷한 15만8518원. 한국보다 20% 이상 싸게 샀고, 매입 시점보다 매도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2.7% 올랐는데도 거래소에 각종 수수료를 내고 나니 겨우 본전을 건진 셈이다.

시장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이런 거래를 재정(裁定) 거래라고 하는데, 가상 화폐 시장에서 재정 거래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거래에 드는 비용이 매우 높고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송금에 걸리는 시간 동안 가격이 폭락하면 차익은커녕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액수가 크면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송금하는 것도 비용과 절차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가격 차이를 노리고 아예 해외 원정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일명 '환치기' 수법으로 가상 화폐를 매매하다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