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LG디스플레이가 정부의 해외 공장 건립 허가 지연에 애를 태우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대형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공장 신축 계획을 제출한 뒤 5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OLED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해외 공장 건설에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지난 9월 학계·산업계 전문가들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국 공장 건립에 따른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검토했다. 지난달 말에는 상위 위원회인 디스플레이 전문가위원회를 열어 국내 산업과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현재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남겨놓고 있지만 아직 회의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개월째 투자 계획 심사하는 정부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광저우에 대형 OLED 패널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OLED 패널 현지 공장 건립을 통해 중국의 고가(高價) TV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OLED TV는 세계 TV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서도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중국 공장 건립에 목을 매는 것은 주력인 LCD(액정 표시 장치) 패널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CD 패널 가격이 지난 6개월 새 20% 가까이 급락한 데다 시장점유율에서도 중국 BOE에 1위를 빼앗겼다. OLED 시장 선점을 통해 이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OLED TV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투자가 늦어지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의 국내 거점인 경기도 파주에 더 이상 부지가 없는 데다 광저우시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산업부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심사에 참여한 전문가 중 상당수가 기술 유출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OLED 기술 개발에 정부 연구비가 투입됐기 때문에 국부 유출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D램이나 LCD 패널처럼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업종의 해외 진출은 항상 신중하게 검토했다"면서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절차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늦어지면 선제적 투자 전략 타격

정부 허가 지연으로 당초 9월로 예정했던 공장 착공은 이미 3개월가량 늦어진 상태다. 이런 사이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가 최근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착수했고,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019년 양산을 목표로 OLED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양산이 경쟁 업체보다 6개월만 빠르면 큰돈을 벌고, 반대로 6개월 늦으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에 대한 정부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2005년 하이닉스가 D램 반도체 공장을 중국 우시에 지을 때도 같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기술 유출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소화하고 있다"면서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하이닉스가 중국에 공장을 짓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패널

화면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이 필요한 LCD(액정 표시 장치) 패널과 달리 화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TV 등을 종이처럼 얇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