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같은 대형 기술 플랫폼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저널리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사들은 소셜 미디어에 기사를 올리고 수익을 창출해야 할 정도로 기술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기술 플랫폼과 어떻게 올바른 관계를 맺을지 답을 찾아야 합니다. 또 기술 플랫폼은 양질의 뉴스 생산자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에밀리 벨(Emily Bell)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2017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실리콘밸리는 저널리즘을 어떻게 재설계했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벨 교수는 이날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이 만든 뉴스 서비스 현황을 알려야 한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자극적인 뉴스만 소비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의존한 언론사는 오히려 독자를 잃었다며 ‘마셔블(Mashable)’과 ‘허핑턴 포스트’ 등을 예로 들었다. 이들 언론사는 기자를 해고하고 짧은 동영상 위주의 스낵 콘텐츠에 매달려 트래픽이 크게 줄었다.

그는 또 “구글과 페이스북은 ‘지역 언론 생존법’ 등의 저널리즘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자금까지 지원받으면서 언론사의 기술 플랫폼 의존도는 더 높아졌고 저널리즘은 억압받는 상태가 됐다”고 덧붙였다.

벨 교수는 기술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기술 투자에 나서고 언론사 간의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막대한 기술 투자에 나섰고 소셜미디어로부터 독립해 성공적인 디지털 유료 언론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언론사 간 협업을 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벨 교수는 언론사가 기술 플랫폼 업체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으라는 말은 아니라고 말했다.

벨 교수는 “언론사와 기술 플랫폼의 올바른 협업 관계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도 자신의 생태계에 가두는 지원이 아닌, 양질의 뉴스 생산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는 한국언론재단이 국내 최초로 개최한 국제 언론 콘퍼런스로, 13일, 14일 이틀간 열린다. 국내외 저명 언론인, 전문가, 석학 17명이 발표자로 참여해 ‘뉴스 미디어의 미래-플랫폼, 신뢰,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논의한다.

약 20개국 언론인과 학자들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뉴스 미디어에 미칠 영향과 기존 언론사들이 어떻게 저널리즘을 회복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각국 언론사의 혁신 사례도 공유한다.

첫날 벨 교수의 기조 강연에 이어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센터장, 임선영 카카오 부사장, 아이린 제이 리우 구글 아시아-태평양 뉴스랩 팀장이 플랫폼과 언론사가 상생하기 위한 노력과 사례를 발표했다.

둘째 날에는 ‘뉴스와 신뢰’를 주제로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소장이 기조 강연을 맡아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의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광화문 일대는 1000만명에 가까운 촛불을 든 시민이 모였고, 이로 인해 탄생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언론이 함께 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개막으로 플랫폼이 바뀌었더라도 저널리즘 정신은 영원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