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당좌자산'으로 분류한 빗썸... 2년간 자산 17배 늘어
금융상품 진화하는데 명확한 기준 없어...발전속도 못따라 가는 금융당국

가상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거품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암호일 뿐인 비트코인은 하루에 수조원씩 거래되고 실생활 속에서도 이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인 ‘오버스톡’은 2014년 초부터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해 그해 비트코인 매출액이 약 2000만달러(223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음식 주문 사이트인 ‘메뉴파이’는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비트코인을 받는 점포 수는 4000여개가 넘는다.

비트코인은 콘텐츠 판매에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발행 부수가 많은 ‘시카고 선타임스’는 신문사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다. 기사의 앞부분은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읽으려면 비트코인을 통해 ‘이 기사의 이용권’ ‘1시간 이용권’ ‘1일 이용권’ 등 세가지 중에 선택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 중 하나로 인정하고 별도의 감시 기구를 설치했다. 호주에선 지난 7월부터 비트코인을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하기로 하고 비트코인에 부가가치세를 물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듯 비트코인이 제도권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진입하는 등 금융상품이 진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비트코인, 현금·주식과 같은 ‘당좌자산’...투자자 혼란

금융당국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은 없다.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범죄수익 몰수를 추징하는 등의 규제를 신설하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회계처리 기준이 명확치 않다보니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비트코인을 유동자산 내 당좌자산으로 분류해 놨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15~2016년 지성회계법인, 2017년 대현회계법인을 통해 외부감사와 실사를 받았는데, 전자화폐라는 계정으로 당좌자산 처리했다.

당좌자산은 현금·주식과 같이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 돈이 얼마가 들어올지 측정이 가능할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 또 공정한 방법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상품·제품·원재료 등 복잡한 판매과정을 거쳐야 현금화가 가능한 재고자산보다 환금성이 높다.

빗썸은 2015년에는 1비트코인의 가격을 50만6000원으로 적용해 유동자산을 평가했다. 2016년에는 119만2000원으로 처리, 두배 이상 자산가치가 늘었다. 7일에는 약 835만원 이상에서 거래됐다. 2년도 안돼 자산가치가 약 17배 가량 불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빗썸 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치가 실제 자산성이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빗썸 거래소 내에서의 거래가격이 장부상 적정 가치로 평가되는 것이 공정한지, 또 측정 가치가 명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17배 이상 불어난 자산이 공정 가치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당좌자산은 유동부채와 통상 연결돼 있는데, 1년안에 지금의 가격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폭등때 자산 부풀리기 악용될수도...파생상품 처리여부 논의해야

또 지금처럼 비트코인이 폭등하는 시기엔 상장사들이 비트코인을 통해 자산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용도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상장사가 비트코인을 당좌자산으로 분류, 자산을 부풀린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이 기업이 당장 현금화를 통해 부채상환 능력이 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 9월 5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전자파일’로 규정,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성인사이트 운영자인 A씨가 유료회원들에게 216 비트코인(올 4월17일 기준 5억원)을 수수료로 받았지만 법원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의 객관적 기준가치도 상정할 수 없어 범죄수익으로 추징하는 것이 타당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객관적 기준가치가 없고 불법인지 합법인지조차 규정되지 않은 비트코인을 공정한 가치에 따른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학계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직접적 규제법은 아직 없으며 법원의 판결 등을 기초로 판단하면 강제통용력이 인정되는 법화로 볼 수 없다”며 “가상통화는 발행인이 존재하지 않아 지급책임을 기초로 이뤄지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에도 해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투기적 목적이 강한만큼 파생상품처럼 회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생상품은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투기거래인지, 위험회피인지 목적에 따라 회계처리를 다르게 한다. 투기거래 목적이라면 바로 자산으로 잡지 않고 평가손익에 따라 손실로 처리하거나 자본으로 처리하도록 돼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파생상품 회계처리 방식도 다르다.

한 회계법인 이사는 “비트코인은 투기성 목적이 짙기 때문에 유가증권으로 볼지, 파생상품으로 볼지에 대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비트코인 결제가 확대된다면 파생상품처럼 손실이 났을 때는 부채로, 이익이 났을 때는 자본으로 처리하는 등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