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Physiology and Medicine)은 사람과 동·식물의 생체 주기인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을 연구한 미국의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로스바쉬(Michae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박사가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2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생체시계를 통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한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의 제프리홀(72), 마이클 로스바쉬(73)박사와 미국 록팰러대학 마이클 영(68) 박사가 공동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3명의 공동 수상자들은 특정 유전자들이 생체리듬에 작용하는 역할을 규명하고, 시간생체학(chronobiology)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생체리듬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시행해왔으며, 세포핵 안에 있는 특정 유전자와 이 유전자가 발현시키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주기성 리듬이 형성된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로스바쉬(Michae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박사

초파리의 주간-야간 활동성을 근거로 생체리듬을 측정해 per(period), tim(timeless), clk(clock), cry (cryptochrome)등의 유전자들을 변형시켰을 때 생체주기가 길어지거나 짧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초파리에서 일상적인 생물학적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분리했고, 이 유전자가 밤 동안 세포에 축적되는 단백질(PER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낮 동안에 분해됐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세포 내부의 자기 유지 시계(self-sustaining clockwork)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밤 시간 세포 핵 속에 축적돼 유전자 활성을 차단하는 ‘PER 단백질’과 PER 단백질의 축적을 지연시키는 ‘DBT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한 것이다.

’서캐디안 시계’의 분자 구성 요소를 단순화한 그림

이들의 연구를 통해 생체시계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다세포 생물의 세포에서도 같은 원리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생체시계는 행동, 호르몬 수치, 수면, 체온 및 신진 대사와 같은 중요한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벨위원회는 “3인의 공동 수상자를 통해 우리의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내부 작업을 명료하게 알 수 있었다”며 “그들의 발견은 식물, 동물 및 인간이 어떻게 생물의 리듬을 적응하고, 지구의 공전과 보조를 맞추는지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의 세포가 생체시계를 어떤 식으로 조절해 생체 내 현상들을 조절하는 지를 발견해 낸 중요한 연구”라며 “이러한 연구들은 잠이 부족하고 생체리듬이 자주 깨지게 되는 현대 사회에서 해외 여행에 따른 시차적응이나 교대 근무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해준다”고 밝혔다.

노지훈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주기성 리듬이 손상되는 경우, 수면 장애 이외에도 심혈관계 질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 종양성 질환 등이 증가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주기성 리듬 조절을 통해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구를 포함해 약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시점을 파악해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임상 연구에도 일주기성 리듬이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생체 시계는 우리의 복잡한 생리의 여러 측면과 관련이 있다”면서 “세 명의 수상자의 발견 이후로 일주기 생물학은 우리의 건강과 안녕에 영향을 미치면서 광범위하고 역동적인 연구 분야로 발전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