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여성경제활동참가를 늘리고 출산율도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남성의 육아 및 가사 참여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도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은 서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여성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다. 지난 2014년 현재 전일제 맞벌이 부부 비중은 6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평균은 41.9%이고, 한국은 29.4%에 불과하다.

스웨덴이 원래 이렇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활발한 나라는 아니었다. 한스 로슬링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원 교수는 지난 2015년 국내서 열린 한 포럼에서 “1970년대 출산율이 급락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늘리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 스웨덴도 임신한 여성 근로자를 해고하는 게 합법이었던 나라였다”면서 “양성 평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사회가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1964년만해도 2.47명이었던 출산율이 1978년 1.61명까지 급락하자, 스웨덴 사회가 위기감을 갖고 대응한 결과란 얘기다.

◆여성경제활동 늘자, 출산율도 높아졌다

스웨덴 연도별, 세대별 출산율 추이. 스웨덴은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안정적으로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당시 스웨덴 정책의 핵심은 ‘이중 소득-이중 커리어(dual earner/dual career) 가족 모델’의 도입이었다. 남편 뿐만 아니라 아내도 경제활동을 하고, 직업 경력을 유지하는 데 적합하게 노동 관행, 복지 제도, 세제(稅制) 등 경제 정책을 바꾸었다. 육아휴직제도는 자녀 1인당 480일이 제공되는 데, 부모 각각 90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300일은 재량껏 나누어 쓸 수 있다. 육아휴직급여의 재원은 사회보장세에서 나오는 데, 근로자 급여의 2.2%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공공보육 시설도 대폭 확충했다. 장시간 근로로 유명했던 근로 시간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선 단축해야 한다는 판단에 단체협약을 통해 줄이기 시작했다. 현재 스웨덴은 초과근로 시간이 연간 200시간, 한 달 5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 가운데 핵심은 아버지도 가사와 육아에 동참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아니타 뉘베리(Anita Nyberg) 스톡홀름대 교수는 “스웨덴 정부의 양성평등, 일-가정 양립 정책이 실제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의무 육아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서부터”라고 말했다. “단순히 보육시설을 만들고 재정지원만 했던 초기에는 (육아에 따른 비용이 낮아지면서) 어머니 쪽의 육아 부담이 계속 늘고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는 오히려 계속 유지됐다”며 “아버지 쪽의 육아 참여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한 것이 양성평등이 강화된 원동력”이라는 게 뉘베리 교수의 설명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자 출산율도 높아졌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85명(2016년 현재)으로 OECD 평균(1.68명)은 물론, 한국(1.17명)을 크게 웃돈다.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 직무 중심 노동시장이 여성 친화적 근로행태 가져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TFP)이 높은 나라와 낮은 나라의 육아(Childcare), 가사(Housework), 근로(Paid work) 시간의 남여 비율을 비교한 표. 육아 및 가사에서 남성 참여가 많은 나라가 출산율이 높다.

미국의 경우 유럽식 사회복지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고 여성 경제활동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폈다. 미국은 1973년 ‘포괄적 고용 및 훈련에 관한 법(Comprehensive Employment and Training Act)’을 제정해 공공부문에서 유연 근무제를 대규모로 도입했다. 또 1976년 아동 및 피부양가족보호 세액공제를 도입해 근로 가구의 양육 비용을 보조했다. 세액공제 혜택은 1986년 더 커지고, 누진적이 됐다. 가사노동도 중산층 가정에서는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로 아웃소싱하는게 보편화됐다.

최성은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미국 중산층 여성 일-가정 양립 경로의 역사적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직무중심적인 임금체계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 때문에 기업들도 여성 근로자 채용을 마다하지 않았고 근무시간 및 가족친화적 지원을 확대했다”며 “미국 노동 관행의 특징이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유연한 근무 형태가 가능해지고, 여성 경제활동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남성과 여성의 가사 분담이 평등해지면 출산율도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독일 노동연구기구(IZA)는 ‘성(性), 시간 활용, 출산율 회복’ 보고서에서 2000~2004년 여성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남성의 육아 및 가사 참여 시간이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하비에르 장글라노-망글라노(Javier García-Manglano) 스페인 나바로대 교수는 “출산율이 1970~80년대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거나 유지하고 있는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남성의 육아 및 가사 참여 시간이 여성의 50% 이상이었고 근로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지 않았다”며 “반대로 출산율이 계속 급락하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남성의 가사 참여가 저조할 뿐만 아니라 남성 위주의 경제활동 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망글라노 교수는 “육아 및 가사의 분담이 출산율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1%P 늘면 출산율 0.31%P 증가

한국은행이 6월 발간한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 보고서는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및 남녀 임금격차 해소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란 결과를 보여준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1992~2012년 32개 OECD 회원국의 경제·사회 지표와 해당 시기 나라별 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고, 남녀간 임금격차가 작을수록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1%포인트 늘면 출산율은 0.3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임금격차가 1%포인트 감소하면 출산율은 0.05%포인트 늘었다. 한은은 남녀 가사분담 여건을 대용하는 지표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남녀 근로시간격차의 교차항(두 변수를 곱한 것)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봤는데, 남녀 가사분담 여건이 1%포인트 정도 개선되면 출산율은 0.001%포인트 늘었다

복지 지출도 출산율 제고에 효과적이었다. 보육수당, 출산·휴직 급여, 출산지원금 등 가족복지지출비중이 1%포인트 높을수록 출산율이 0.0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 지출도 1%포인트당 출산율이 0.02%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